아기를 낳은 지 어느덧 8개월. 이제껏 아기 목욕은 남편 몫이었다. 수유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나는 팔 근력과 세밀한 컨트롤이 필요한 목욕만큼은 남편 몫으로 남겨두었다.
목욕은 신생아 시절이 가장 어렵다. 아기에게 적합한 물 온도를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 샴푸 물과 헹궈낼 물 2개를 준비하는 것, 부서질 세라 살짝 안아 들되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잡아야 하는 것, 때 밀듯 힘 주지는 않되 목과 손바닥 안의 먼지를 빼줄 정도의 힘이 필요한. 자신의 몸을 가눌줄도 모르는 아기를 씻기기 위해, 여러모로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근력이 필요한 것이 신생아 목욕이다.
남편은 조리원 퇴소 날 특훈을 받고, 집에 온 첫날부터 혼자 힘으로 아기 목욕을 시작했다. 아기들마다 취향이 다르다는데, 우리 아기는 '목욕을 싫어하는 아기'였다. 조리원에서도 매번 너무 크게, 많이 울어서 목욕 순번이 항상 마지막이었던 아기다. 전문가들보다 더 어설픈 손길이니, 그 울음소리는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매번 오열하는 4KG 남짓의 아기를 한 손으로 들고, 한 손으로 빠르게 씻겨내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100일 즈음되어 아빠 표 목욕에 익숙해진 아기는 더 이상 목욕 시간에 울지 않았다. 심지어는 까르르 웃음소리까지 내며 '행복 목욕'을 즐겼다. 버티는 힘이 생긴 아기는 얼굴을 씻길 때도, 등을 씻길 때도 무리 없이 자세를 취할 수 있었고, 참방참방 물장구까지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아빠와의 목욕이 익숙해진 생후 250일. 이제까지는 병원의 권고에 의해 이틀에 한 번 꼴로 목욕을 해왔는데, 아토피 진단을 받게 되면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보통은 남편이 조금 일찍 퇴근하는 날 마지막 수유 직전에 목욕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매일 오후 시간에 피부 상태를 체크하면서 목욕을 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목욕은 온전히 육아휴직 중인 나의 몫.
원체 팔 힘도 약하고 섬세함도 없는 나에게 아기 목욕은 크나큰 부담이다. 모유수유는 완벽 적응되어 눈 감고도 할 지경이지만, 목욕은 자신이 없다. 자신이 없어도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아기는 아기 욕조에 혼자 앉을 수 있는 단계라, 욕조에 앉힌 채로 빠르게 씻겨주면 된다. 아기를 떨굴 걱정도, 꽉 안다가 부서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필요 없는 것이다.
내가 욕조에 앉혀주자 마자 아기는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남편이 씻길 때와 똑같이 '목욕할 거야'라고 미리 말해주고, 같은 욕조에서 같은 온도로 물을 받았는데 욕조 앞에 앉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온 힘을 다해 울어재끼는 것이다. 울어대는 아기의 얼굴에서 나는 '불신'을 읽었다. 듬직한 아빠의 손길과는 다르게 작고 힘이 없어 당최 안심할 수 없는 어설픈 손길에 대한 불신. 애써 신뢰감을 쌓기 위해 물소리를 참방참방 내며 놀아주지만 아기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늦잠 잔 출근 날 아침보다 더 빠른 손길로 아기 몸을 씻기고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아차, 아기 수건을 꺼내지 않았다. 평소엔 남편이 아기를 다 씻기면 내가 화장실 문 앞에서 아기 수건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푹 젖은 아기를 낚아채 몸을 닦고 로션을 발라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건을 들고 있어야 할 내가, 아기를 들고 있으니 나를 보조해 줄 사람이 없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아기를 안고 빠르게 수건을 쥐었다. 세상 어설픈 몸짓으로 허둥대며 아기를 닦아주었다. 내 몸 하나 닦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8KG도 되지 않는 이 작은 아이 씻기는 일이 몇 배나 힘든 것이다.
이제는 불붙은 나뭇가지의 불씨를 꺼트리듯 재빠르게 보습을 해 줄 차례다. 특히 아토피인 아기들은 목욕으로 얻은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빠르게 보습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양 손에 로션과 크림을 잔뜩 덜어내어 아기 몸 앞뒤로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이곳저곳 발라주었다. 아기 몸을 눈으로 훑으며 로션을 바르고 있자니, 어느새 아기가 이만큼 컸나 싶다. 한 팔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디작았던 아기가, 어느덧 내 상체만큼 자라 몸에 로션을 바르는 일도 한참 걸리게 된 것인지.
지금까지 3번의 목욕을 혼자 해봤지만 매번 아기는 온 힘을 다해 울고 있다. 나름 경험이 쌓여 이제는 허둥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지만, 여전히 초보 엄마의 손길은 불편할 뿐이다. 나는 자그마한 나의 아기를 씻기며 아기의 변화를 체감한다. 하루가 다르게 하고 싶은 말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많아진 꼬마 인간. 어루만지는 손길로 마음을 읽어본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문득 낯설고, 시나브로 날 닮은 얼굴을 하는. 내가 모르는 사이 훌쩍 자라나, 좋고 싫음을 분명히 표현하는 이 아기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