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키우다 당황스러운 순간.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별난 부분을 발견하는 때다
우리 아기는 이가 늦게 난 편인데, 이상하게도 아랫니만 3개가 났다. 보통은 6개월 무렵이면 두어 개씩 난다는데 우리 아기는 8개월이 넘어서야 첫니가 돋았고, 아랫니 2개가 난 다음에는 윗니가 나겠지 했는데 아랫니 옆에 하나가 더 올라왔다. 마침 영유아 검진 시기가 되어 병원에 가니, 일반적인 패턴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3번째 이빨이 흔들린다면 곧 빠지고 진짜 유치가 다시 돋아날 것이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게 유치가 맞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진짜 유치가 맞는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매일 살펴보면서 흔들리지 않는지 확인해줘야 한다고.
몸무게 역시 평균 이하였다. 하위 10% 정도 되는 수준으로, 몇 달째 몸무게가 거의 늘지 않았다. 6~8개월 무렵 사진을 보면 볼살이 귀엽게 올라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얼굴은 갸름해서 사진을 본 친지들은 아이가 왜 점점 말라가냐며 걱정을 했다. 점점 갈수록 아이의 몸무게 증가 속도는 더뎌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눈에 띄게 살이 빠져 보일 수 있냐는 우려였다.
최근 2달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어린이집을 한동안 보내지 않다가,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 그래도 아이를 꾸준히 등원시켜야 사회성 발달에 좋을 것이라 하셔서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꽤 오래 쉬어서 다시 적응해야 하는 아기가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선생님들이 아이가 낯가림이 전혀 없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오자마자 제 집에 온 듯이, 긴장하는 표정 하나 없이 놀잇감을 이것저것 만지더라는 것이다.
지난주에 수강한 '아이 기질에 따른 놀이 방법' 수업에서는 아이의 기질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는데, 우리 아기는 '활동 반응형'이라고 했다. 활기차고 밝지만, 새로운 자극에 쉽게 반응해 주의가 산만하다 한다. 집에 있는 장난감 이것저것을 만지고 노는 모습이 그저 귀여웠는데, 이것이 '주의 산만'한 태도라고 생각하니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엄마가 장난감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꺼내 주었던 것인데. 결국 또 내 탓을 하고 만다.
엄마가 된 이후 나는, 작은 이야기에도 확대 해석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 나는 순서가 다른 아이들과 같지 않은데, 혹시 나중에 치아교정을 해야 할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나도 어렸을 때 유치가 남들보다 많았었는데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걸까? 몸무게가 적은데 소화 기능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이 있는 건 아닐까? 낯가림을 너무 하지 않는다니,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집중력이 떨어지면 학교 공부에 어려움을 겪게 되지 않을까? 지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단계까지 생각이 가지를 쳐서 무럭무럭 자라나곤 한다.
늘 그렇듯, 기다리니 답이 보였다.
어느 날 아기가 뿌득 뿌득하면서 이를 갈기 시작했고, 만져보니 윗니 2개가 돋아나고 있었다. 3번째 아랫니는 아무리 만져도 흔들리지 않았고, 아이는 여전히 무엇이든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 먹성 좋은 아기다.
몸무게는 늘지 않고 있지만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됐다. 우리 아기는 찐 감자를 너무나 좋아해서 밥을 먹다가도 감자를 꺼내면 그것부터 달라고 성화다. 달달한 고구마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함께 주면 감자만 쏙쏙 골라 먹을 정도다. 규칙적으로 밥을 먹고, 규칙적으로 대변을 본다. 설사를 하지도, 변비가 있지도 않으며 본인이 배고프다는 것을 인지하면 엄마에게 전달할 줄도 안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아이를 지켜보니, 나름의 낯가림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아기는 낯선 환경에서는 절대 웃지 않는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물으니 어린이집에 머무는 1시간 동안 한 번도 웃지 않았다 한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지 두어 시간 정도 지나면 그제야 조금씩 웃기 시작하고, 장난을 걸다가 네댓 시간 정도 지나면 안겨서 톡톡 치기도 하고 한껏 입을 벌려 웃어 보이기도 한다.
또, 맘에 드는 장난감이 있으면 10분 동안 이리 던지고 저리 잡아채며 놀 줄도 안다. 이 장난감 저 장난감을 벌려놓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조합을 해서 가지고 노는 것이다.
우리 아기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고, 그 낯가림이 다른 아이들처럼 울거나 보채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기다리는 것이었던 것뿐이다. 두어 시간 정도의 적응 시간이 지나면 그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친밀하게 사람을 대할 줄 아는 아기다. 장난감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는 방법을 혼자 터득해서 자신의 즐거움을 스스로 찾는 것뿐이었다.
아기가 왜 이러지? 이상한 것 아닐까? 생각할 필요 없다. 우리 아기는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그렇다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저 우리처럼, 적당한 개성과 자신만의 속도를 가진 한 사람일 뿐인데. 평범한 속도, 평범한 속성, 평범한 순서를 규정하고 그 평범함에 아이를 맞춰 넣으려 애써왔다.
대단히 비범한 아이일 거라 기대하지 않음과 동시에, 평범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평균의 선 안에 강제로 밀어 넣지 말지어다. 우리 아이는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남들과 같지 않은, 그저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