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같은 소녀 온평을 찾으러 가는 현석의 이야기
정류장에서 눈을 떴을 때도 온평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내 손에는 아직 그 아이의 텀블러가 쥐어져 있었다. 그 텀블러를 돌려주자 온평이 말했다.
“괜찮아?”
“응.”
고마워, 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다 다시 내 안 어딘가로 들어갔다. 온평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집에.”
“조금만 더 있자.”
내 말에 그 아이는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물었다.
“너 혹시 공황 장애라고 알아?”
“응. 대충.”
“장애라고는 하는데 사실 장애가 아니래. 사람들 보면 막 단체로 파업하고 그러잖아. 그것처럼 마음이 몸한테 시위하는 거야. 마음한테도 그럴 권리가 있다고. 그니까 잘해.”
의사도 뭣도 아닌 그 아이가 한 말에 나는 왜인지 기대고 싶었다. 처음으로 내 몸이 아닌 내 마음을 걱정해주었기 때문일까. 때마침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하더니 정류장 주변으로 강하게 쏟아졌다. 빗소리에 숨어 나는 그 아이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했다.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아?”
“나이 들면 다 보여.”
덩치도 조그마한 열일곱 아이가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하는 게 우스웠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그 후로 그렇다 할 대화를 하진 않았다. 세찬 빗소리도 메꾸지 못할 만큼의 깊은 공백이었다. 하지만 그 공백이 괴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쉼 없이 달리다가 잠시 멈춰 선 것처럼. 어쩌면 그 아이도 필요했던 것 같다. 옆에 있지만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 침묵을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것이 나였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나는 정신과를 찾았다. 그곳의 의사도 여느 의사와 같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별것 아니고 공황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어요, 라는 말을 곱씹다가 기분이 나빠졌다. 모두 가지고 있으면 다 좋은 건가요, 라는 시건방진 말이 온몸 안을 돌아다니다 없어졌다. 신경 안정제를 받았다. 하지만 약보다도 휴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잠시 학교를 가지 않기로 했다.
“박현석?”
휴게소 벤치에 맹렬히 생각에 사로잡힌 내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단발머리의 여자아이였다.
“맞네. 박현석.”
“김서현?”
김서현. 지금은 다른 반이지만 작년 우리 반에서 온평과 가장 가깝게 지낸 아이였다. 서현은 넘치는 친화력 덕에 전학 온 지 며칠 만에 온평과 친해졌다. 그녀와는 온평 덕에 말을 몇 번 섞기는 했지만, 학교도 동네도 아닌 이런 곳에서 봐도 크게 반가울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 서현은 내게 불쑥 무언가를 건넸다.
“미안. 좀 봤다.”
서현이 건낸 것은 잃어버린 그 아이의 편지였다. 서현이보다 그 편지가 몇 배는 더 반가웠다.
“이거 어디서 났어?”
“주웠어. 남부터미널 벤치 밑에 있던데.”
서현은 내 다음 버스를 타려다 내가 흘린 편지를 주운 것 같았다. 그녀는 내 옆에 앉고는 나와 똑같은 봉투에 담긴 편지를 보여주었다. 그곳에도 역시 적혀 있었다.
‘현서야. 네가 두 번째야. 장마가 끝나기 전에 ‘온평’으로 와.’
현서야. 이름의 앞뒤를 뒤집어 부르는 온평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했다. 서현이는 나에게 푸념했다.
“근데 왜 네가 첫 번째냐. 질투 나네.”
“모르지.”
“걔 너 좋아했나?”
“뭐래.”
“아닌가. 아니면 네가 걔 좋아했어?”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게 뭔지 몰라서였다. 나는 온평이를 좋아했나. 좋아했던 사람을 새까맣게 잊고 살 수 있나. 새까맣게…. 순간 그 아이라면 ‘새까맣게’보단 ‘새하얗게’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서현이는 이어지는 내 침묵이, 생각에 잠긴 내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다시 한번 물었다.
“왜 대답이 없어. 뭐, 걔 좋아해?”
“음…. 그냥…”
나는 더 고민하다 말했다.
“그냥… 생각해. 창문에 붙은 물방울 생각하듯이.”
내 답을 괜히 기대했다는 듯 서현이는 궁시렁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버스에 같이 올라탔다. 1시간만 더 달려가면 ‘온평’이 있는 창성시였다.
3일째 학교를 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불침번을 서듯 서로 교대하며 집에 들어왔다. 나를 보살피면서도 서로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아빠는 꼭 사내새끼가 약하다는 등의 말과 함께 이런저런 보약을 지어왔다. 내 공황에 어느 정도 본인의 책임이 있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덕분에 집은 나에게 처음으로 쉬는 공간이 되었다. 지긋지긋하던 두통도 조금씩 가시고 있던 그 날 저녁,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석현. 몸은 좀 괜찮아?’
‘누구세요.’
‘서온평.’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 연락 오는 보통 애들과도 이렇게 대화를 끝내곤 했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걸 애초에 좋아하지 않았다. 남의 말을 듣고, 적절한 답을 생각하고 목소리로 내고…. 온전히 내 안에 피어나는 생각들을 정리하기만 해도 벅찼다. 그때,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와의 대화창이 한 번 더 울렸다. 뚱딴지 같은 말이었다.
‘나 사실 여든 살이야.’
알 수 없는 말에 당연히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쓰지 않던 여든 살 소녀는 생각으로 가득 찬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기필코 한 자리를 차지해냈다. 그 아이는 말을 이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희생해. 점점 과감하게 나를 나눠주는 법을 배워야 해. 그래서 나이가 들면 내가 없어.’
뜬금없었지만 맞는 말 같았다. 이 아이는 이걸 언제쯤 깨달았을까. 정말 80년의 인생을 산 사람처럼 열일곱의 그 아이는 계속 말했다.
‘근데 너는 왜 너가 없냐. 고작 열일곱이면서. 왜 살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처럼 굴어?’
그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내가 그래 보이나. 휴대폰을 쥔 채로 곰곰이 고민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 그런 이에게 ‘살날’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까. 살날이 많이 남은 이보다 무조건 소중할까? 나의 남은 살날보다 소중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처음으로 그 아이의 문자에 답장했다.
‘나는 내 남은 날이 별로 궁금하지 않아.’
한참 있다가 온평의 답장이 왔다.
‘어쩐지.’
그리고 대화창엔 침묵이 찾아왔다. 그 전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침묵이었다. 정류장에서의 침묵보다도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더 편안한 침묵이었다.
버스는 창성시 시외버스터미널에 정차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나와 서현은 격한 기지개로 뻐근함을 날려버렸다. ‘온평’은 창성시에서도 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했다. 장마의 끝자락임에도 비는 여전히 굵었다. 서현이 가져온 우비를 입고 우리는 근처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서현은 침묵을 몰아내고자 그다지 영양가 없는 말들을 자꾸 내뱉었다.
“근데 온평이는 왜 전화나 문자도 아니고 편지로 보냈을까? 전화랑 문자는 받지도 않아. 번호가 바뀌었나?”
나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냥 빗소리에 그 소리를 묻어버리기엔 서현의 목소리는 너무 카랑카랑했다.
“늙어서 그래.”
“늙어? 누가? 온평이가? 야. 걔가 너보다 어려 보이면 한참은 어려 보였지. 무슨.”
“몰라.”
비가 투둑투둑 우비에 부딪혔다.
‘너는 왜 우산을 쓰지 않았어.’
다시 그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춰 오른팔의 우비를 팔꿈치까지 걷었다. 그리고 팔을 뻗자 오른팔에 차가운 비의 감촉이 닿았다. 투둑, 하며 빗방울들은 사방으로 퍼졌다. 마치 아주 작고 차가운 생명체가 내 팔 위를 뛰어다니는 듯했다.
“야. 뭐해.”
나는 오른팔에 묻은 물방울들을 털어내며 말했다.
“궁금해서.”
15분 정도 걸어 도착한 정류장은 지붕조차 없이 표지판 하나만 덜렁 있었다. 우비를 입었다지만 비를 맞고 서는 것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우리 옆으로 비에 쫄딱 젖은 강아지 한 마리가 서성거렸다. 녀석은 우리 앞에서 몸을 한바탕 털었다.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서현은 다가가 쓰다듬으며 말했다.
“귀엽네. 몇 살 정도 됐을까?”
“글쎄.”
꼬리를 날아갈 듯 흔드는 녀석 너머로 ‘온평’으로 곧장 향하는 버스가 오고 있었다.
일주일 만에 돌아온 학교는 여전히 시끄러웠고, 지겨웠다. 다만 바뀐 것은 그 아이가 내 옆자리가 됐다는 것 정도였다. 선생님께서 몸이 좋지 않은 나를 도와줄 학생을 골랐고 온평이 손을 든 것이었다. 그 아이는 한동안 수업엔 옆자리에서 같이 수업을 들었고, 점심시간엔 앞에 앉아 밥을 같이 먹어주었다. 하교할 땐 같은 버스를 타고 나란히 걸어 각자의 집으로 갔다. 하지만 그 아이는 전과 달리 필요한 말이 아니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나에겐 침묵이 가장 편한 대화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었다. 물론 본인에게도…. 어찌 됐건 한동안은 그 아이를 보고 숨어버린 것처럼 공황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하굣길에 그 아이가 문득 불렀다.
“석현아.”
나는 그 아이를 힐끗 쳐다보았다.
“너는 머릿속이 너무 그득해. 생각들이 네 밖으로 흘러넘칠 정도로.”
나는 갑작스러운 온평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갸우뚱했다. 속으로 ‘그동안 얘는 흘러버린 생각을 조금씩 줍고 있었나?’라거나 ‘혹시 이 아이에 대한 생각도 흘렀나? ’ 하는 별 볼 일 없는 생각들을 그 아이 몰래 했다.
“거봐. 또 뭐 생각하네. 맨날 뭘 그렇게 생각하냐. 뭐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뭐래.”
“오. 대답했어. 입 연 김에 말 좀 더 해봐.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그 아이는 내가 오랜만에 입을 연 게 반갑다는 듯 말했다. 나는 떠오르는 질문들 속에서 머뭇거리다 물었다. 그 아이에게 두 번째로 던진 질문이었다.
“너는 왜 여든 살이야.”
“음….”
온평은 고민하다 답했다.
“우리 집에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거든? 포메라니안인데 그런 소형견은 1살이 되면 사람 나이로 16살이고, 두 살엔 24살이야. 그 후로는 한 살에 네 살씩 더해주면 돼. 걔가 지금 16살이니까 거의 80살인 거지.”
“그게 왜?”
“그냥 그런 느낌이야. 알아서 생각해.”
그때 그 아이의 말은 당시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마침 덜컹거리는 버스가 창에 기대 자던 서현을 깨웠다. 서현은 두리번거리더니 생각에 잠긴 나를 다급히 쳤다.
“야. 지금 내려야 해.”
서북1리 정류장에서 우리는 다급히 내렸고, 버스는 웅덩이를 밟으며 다음 정류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정류장에 멍하니 섰다. 장마의 마지막을 장식하듯 비는 세차게 내렸고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 건너편 카페의 어두운 간판이 보였다. 비 때문에 조금 흐릿했지만 확실했다.
‘온평.’
우리는 횡단보도도 없는 그 시골 도로를 제멋대로 가로질러 카페 앞에 섰다. 불이 꺼진 카페 안은 고요하다 못해 음산했다. 그런 분위기에 인테리어를 위해 놓인 열대 식물들은 유독 더 처져 보였다. 그때 카페 문에 걸어진 안내문을 서현이 따라 읽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찍 문을 닫습니다. 용무가 있으시면 아래 번호로 연락주세요.”
서현이 곧장 전화를 걸었다.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휴대폰 너머의 내 귀까지 흘렀다. 빗소리와 묘하게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음악이 거의 끝나고 다시 시작할 때쯤,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이는 아니었다.
“네. 여보세요?”
서현은 대답했다.
“아, 안녕하세요. 카페 온평 사장님 맞으신 가요?”
“네. 맞아요. 근데 오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문을 닫았거든요.”
“아… 근데 혹시 서온평이라는 아이 아시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빗소리가 더 거세질 때쯤 사장님은 답했다.
“혹시 온평이 친구들이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