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생각들을 담아 완성했던 3개의 소설의 연재를 끝냈다. 각 소설마다 그 당시에 흘러가는 구름 같은 감정들을 붙잡아 글에 담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전에 연이어 연재해보니 하나의 호흡으로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 신기했다.
소설들의 공통점을 뽑아보자면 '여름'을 중요한 배경으로 생각했다는 점이었다. 사실 내게 여름은 가장 좋아하는 계절도, 가장 싫어하는 계절도 아니다. 그저 생생함을 담고 있는 계절이라는 점에서 소설에 거듭 이용했던 것 같다. 봄에서 피어난 생명력이 가을로 가기 전에 가장 강력하게 숨쉬는 계절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느티나무 아파트>에서는 여름 나무의 초록색을, <온평에서 만나>에서는 여름비의 촉촉함을, <율의 이탈>에서는 여름밤의 선선함을 담으려고 했다. 그렇게 소설에 '여름'을 담음으로써 소설 속 주인공들이 서로를 치유하고, 읽는 이까지 치유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담담하고 은은한 소설을 쓰고자 글을 끄적였던 20대 초반과는 달리 이제는 아주 재밌는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소설에 대한 내 고민의 종착역이 바로 '재미'였던 샘이다. 초반엔 어떤 소설을 써야할지 고민하면서 작품성 있고 심오한 작품들을 종종 접했다. 내 소양이 모자란 탓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사실 취직을 위해 노력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부터도 소설책을 펴기보다 넷플릭스 켜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인데, 너무 오만하고 거만하게 글을 쓰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생각이 맑아지고, 내가 좋아하는 가볍고 재밌는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당장은 머릿속으로 소설을 구상하는 순간이 너무 재밌어서 이것을 더 즐기고자 한다. 하지만 일기처럼 끄적인 이 휘소설.zip 속 소설들은 앞으로도, 나이가 들어서도 종종 읽어볼 것 같다. 20대 초반에 이 글을 쓰던 당시의 감정과 생각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설 쓰는 걸 취미로 둔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한토막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소회가 많아 글이 길어졌다. 끝으로 많지는 않지만 내 소설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