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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땅에 살고 싶어 사나, 그래도 피하는 게 상책

by 강충구

경사진 땅! 제목처럼 당장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살고 싶어 살겠느냐고.

시골 촌놈 출신인 필자도 오래전 첫 서울 생활 때 참 많이도 자취방을 옮겨 다녔는데 거의 90% 이상이 비탈진 땅에 지어진 소형 단독주택 단칸방이었다. 그 이유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리라.

배가 침몰할 때 기울어져 가는 갑판을 붙잡고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그 공포감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수원의 한 사찰에 기울어진 미륵불이 있어서 화제이다. 사진만 봤는데도 시각적으로 일단 불안하다.

지난여름 너무 폭염에 시달려서 그런지 요즘 약간 서늘한 날씨가 그냥 좋기만 하다. 공휴일인 오늘 일단 10km 이상 걷기로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멀리 갈 형편은 안 되고 일단 주변 시내를 걷는다. 이럴 때 대로변보다는 골목길을 걷는다. 골목을 걸으면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간판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10분 정도 걸었는데 바로 심한 경사길이 나를 기다린다. 오르막을 걸으려면 일단 허벅지에 힘이 가해진다. “역시, 제대로운동이 되네”라고 중얼거리며 걷는다. 오르막길은 걷기 코스의 약방의 감초이다. 평지만 걸으면 왠지 밋밋하다. 그러면서도 막상 현실로 닥치면 몸은 힘들고 숨은 가빠진다. 그리고 급한 경사를 만나면 일단 정서적으로 차분하지 못하고 여유가 없다.

오늘 걷는 동네는 돈이 좀 있는지 경사진 도로에 열선(熱線) 설치 공사 중이다. 열선은 한겨울에 빙판이 되었을 때 열을 가해주는 장치이다. 급경사의 미끄럼 사고를 막아준단다. 헐떡거리다 보니 다시 내리막이고 평지이다. 평지에 발이 닿으니 일단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편안하다. 후유...


풍수에서 피하라는 것에는 우선 경사진 땅, 삼각형 집터나 사무실 터 그리고 도로보다 낮은 곳의 땅 등이다. 삼각형 집터 등은 보완책(풍수에서 비보라 한다)이라도 있지만 경사진 땅은 마땅한 비책(祕策)이 없다.

그럼 왜 기울어진 땅을 피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아보자. 풍수에서 물(水)은 재물로 해석한다. 지난주에 어떤 고택을 답사했는데 앞마당에 인공 연못을 만들어 놓았다. 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물은 당연히 수질이 좋아야 하지만 적당한 유속과 유량으로 잘 감싸 안아주어야 한다. 반대쪽은 나쁜 기운이나 충(沖)을 받는다고 한다. 대도시는 아무래도 산이나 강이 적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시에서는 도로를 물길로 해석한다. 도로가 뚫리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경사진 집터에 양동이로 물을 길어 와서 그 터에 부어보자. 그대로 모두 흘러내린다.

물(水) = 돈(Money)이라고 해석하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과거 경사진 곳에 오픈했던 N 백화점, S 백화점 등이 결국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경사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약간 완만한 경사이며 뒤를 받쳐주고 앞이 잘 열려있으면 조망도 좋을 것이다.

오늘 걷기 목표를 달성하고 집에 도착할 무렵 주변 경사진 도로 곳곳에 집과 오피스 건물 모습이 보인다. 어쩌겠는가 이 비싼 땅덩어리에 그냥 공터로 둘 수는 없을 터이다. 결론이다. 가능하다면 기울어진 집터나 사무실 부지는 일단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거금을 들여서 부동산 매입한다면 더욱 그렇다. 불가피하게 경사진 땅에 사시는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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