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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것들 – 피해야 하는 이유

by 강충구

얼마 전에 밖에서 언뜻 보니까 예술적으로 잘 꾸며놓은 것 같은 카페가 보여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에 예쁜 갑옷을 입힌 인형이 날카로운 창을 들고 나를 찌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한 번씩 찌를 태세다. 주인이야 나름 재미있게 꾸미느라고 그렇겠지만 왠지 꺼름직하다. 이런 날카로운 형상은 서비스 업종 등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고 곡선이라 했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직선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곡선은 체질에 안 맞고 직선이라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직선은 일단 날카롭다, 풍수 인테리어에서 실내식물을 키울 때는 가능한 관엽식물(잎을 감상하기 위해 기르는 식물)을 키우라고 한다. 잎이 바늘같이 뾰족한 침엽수는 가능하면 가꾸지 말라고 한다. 같은 식물이긴 하지만 날카롭고 찌르는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집 정문 앞으로 도로가 찌르듯이 달려오는 건 피해야 할 0순위이다. 아파트에서도 옆의 동 모서리가 찌르듯이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위 두 경우 공통점은 모두 나를 향해 찌른다는 것이다. 사주 명리에서도 살(殺), 충(衝)이라는 용어가 있다. 의미상으로 비슷하다 하겠다.

우리는 인생 곡절을 겪으면서 상대를 찌르기도, 반대로 찔리기도 한다. 그 수단은 다양하다. 행동(行)과 말(言) 그리고 사상(思), 신체(身) 등이 있을 것이다. 가급적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간혹 있으리라. 그런 경우 우회하거나 피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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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에서 날카로운 형상일 경우 막는 방법을 강구하는데 이를 비보(裨補)라고 한다. 비보에는 조경 수목으로 막기, 흙둑을 쌓기, 헨스나 담장으로 나쁜 것을 가리기 등이 있다.

실내 풍수 인테리어에서는 재질로 돌(石), 쇠(金) 등은 가급적 피하고 모서리가 날카롭거나 찌르는 모양의 장식품은 금기시 한다. 본인이 긴장감을 즐기는 체질이라면 할 말은 없다.

거주하는 주택 주변의 물길도 둥글게 감아 도는 것이 좋다. 일단 보기에도 부드럽고 편안하다. 전에 예천군 회룡포를 다녀왔는데 둥글게 감아 도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아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물이 바로 쭉 빠져나가면 – 직수(直水)라 하는데 이런 경우는 길(吉)이 아니고 흉(凶)으로 해석한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인생 100세라고 하지만 막상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등바등 살면서 급하게 직선으로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은유법도 쓰고 철학적 음미도 하면서 유연하게 곡선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날카롭게 살지 말자는 얘기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 더욱 그러하다. 변명하자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korea)인가!

요즘 정치판은 오로지 직선이고 상대를 찌르기만 한다. 곡선과 타협이 없다. 왜들 그러시나. 우리네 삶이 너무 날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면에도 원형은 기(氣)가 모이고 날카로운 삼각형은 기가 흩어진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그래서 날카로운 것들, 피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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