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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먹는 꿈별 Oct 21. 2021

13. 책을 권하는 책,
그대 벗어나지 못하리!

책에 대한 책, 책의 지도

마음먹고 책을 권하는 책은 독자를 분주하게 만든다. 어떤 안내서들은 책들의 대장처럼 도서목록을 줄 세운다. 『세상을 바꾸고 고전이 된 39』의 머리말에서 “메타북은 '책의 지도'와 같다. 책읽기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메타북 한 권을 따라 읽으면 수십 권을 요약해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개와 요약은 리스트와 장바구니를 늘리고 이 정도는 살아서 읽어줘야 할 텐데 어쩌나 근심케 한다.      

지난 서평 목록에서 오랜만에 『북톡카톡』을 열어보았다. 「100% 리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수다서평’의 진수!」라는 표지글과 함께 ‘코미디언과 출판평론가가 시도하는 전혀 새로운 서평’이라는 소개 문구가 책을 만났던 순간을 불러온다. 처음 읽었을 때의 낯설고 신기했던 기분. 그때가 5년 전인데 지금은 카톡으로 독서토론은 물론 영화 토론, 필사 모임, 단상 나누기 등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의 만족을 보장한다. 비대면 시대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이 다른 현재, 특별해질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책으로 만남을 가질 때 한 차시는 책, 서점, 도서관 키워드를 넣곤 한다. 그렇게 찾아서 읽게 될 때 선택의 폭과 깊이는 자유로워진다. 젠 캠벨의 『북 숍 스토리』는 잊고 있던 ‘서점 주인의 꿈’을 일깨웠다. 함께 읽고 나누고 싶은 부분을 발췌하고 공감하거나 때론 계획을 세우고 응원하는 일은 즐겁다. 더, 더 읽어야 한다, 초조하던 즈음 젠 캠벨은 한 사람을 소개한다. 1925년생 SF와 단편소설작가 브라이언 올디스는 “이제는 늙은이라서 톨스토이의 작품, 그 중에서도 「부활」만 읽죠. 그 책에는 인생의 요소가 아주 많이 들어 있거든요. 제 인생의 요소도 아주 많이 들어 있어요.”(p.105) 그렇다면 나의 마지막 동반자 책을 무엇이어야 하나? 일단 『부활』부터 다시 구비하자!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은 『북 숍 스토리』의 유쾌한 버전이자 연령 상관없이 즐길만한 서점 로망서다. 첫 작품으로 홈런을 친 그는 지금까지 계속 홈런만 날리니 대단하다.     




그때 그 서평>


① [서평세상을 바꾸고 고전이 된 39- 책 한 권의 놀라운 영향력  

(김학순 지음/효형출판(20151103)      


"메타북은 '책의 지도'와 같다. 책 읽기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메타북 한 권을 따라 읽으면 수십 권을 요약해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머리말 중에서)" 늘 책을 읽는 한 사람으로서 책에 대한 책은 언제나 시선을 붙잡는다. 장단점이 공존하는 것 같다. 어떤 책들은 너무 흥미위주로 이벤트성 접근이 비춰져 선뜻 읽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경계하는 경우도 있다. 가능하면 작품은 완역으로 읽어야 한다는, 비록 이해하기 어렵더라고 도전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마음은 원해도 체력이 지치기도 한다. '세상을 바꾸고 고전이 된 39'는 그 책의 등장을 기준으로 전과 후를 명백히 구분할 수 있을만한 영향을 끼친 39권을 선별해서 정리했다. 제목만으로도 가슴뛰게 하는 명저들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특별히 선택된 책들 중 첫번 째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다. 프랑스 혁명의 정당성을 뒷받침했으며 '주권재민'을 주장한 최초의 책이고, 루소는 근대사의 문을 열어준 인문학의 천재(22쪽)라고 불리웠다. '월든'의 저자이며 조용한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해왔던 소로의 '시민의 불복종'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핍박받는 이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명구가 가득하다는 '시민의 불복종'은 후에 톨스토이와 간디,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 남북전쟁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제목만 알고 있던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도 궁금하다.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온 책으로는 당연히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들었다. 

    

해당 책의 줄거리와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나 표현, 핵심등을 소개하고 있어서 몇 장으로 작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알려줄 때에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말미에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과 특히 함께 보면 좋은 영화도 첨부함으로써 찾아볼만한 충실한 안내자료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실린 사진들도 명저를 설명하는 만큼 귀한 자료들이라고 생각되었다.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있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출판사 도서제공)    


 

② [서평한은형의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이봄

영원의 시간을 획득한 그녀들을 만나다(20210209)     

한은형의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이봄)』는 고전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상 깊은 인물들을 향한 헌사에 가깝다. 책 속 인물임에도 실존 인물과 구별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 몰입하는 사람으로서 소중하게 다가왔고, 매일 한 편씩 만날 수 있었던 며칠은 책을 손에 받기까지 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었다. 다소 긴 제목을 되풀이 읽어보다 ‘빙하’라는 키워드를 곱씹게 된다. ‘흘러내리는 얼음’인 빙하, 얼음이 많아지면 자체의 무게로 흘러내린다는데 그녀들의 순도 높은 얼음 심장은 오히려 뜨거움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있는지 모르지만 마치 얼음 부싯돌처럼.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는 작가가 독서 여정에서 만났던 특별한 여성 캐릭터 29명을 불러낸다. 불멸하는 주인공들은 한은형 작가로 인해 이름 앞에 새로운 수식어를 얻는다. 읽었던 작품 속 캐릭터가 나오면 어떻게 그려낼지 두근거리고, 만나지 못한 그녀들이라면 오호, 통재라 이 책을 아직도 안 읽고 있었다니 한탄하며 책장을 넘겼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필독도서 목록이 꾸려지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 참고문헌에는 연도순으로 정렬한 주제도서를 출판사까지 실어 친절함에 또 한 번 감동하게 만든다.   

   

첫 번째 주인공은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다. 그녀에게는 다음 편까지 두 꼭지를 할애한다. 올해의 숙제로 담겨있는 작품인데 “태어나서, 글을 알아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도 다행이라고(16p)"라는 말에 또다시 마음이 급해진다. ‘너무 많이 느끼는’, ‘죽음을 사랑하기로 한’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랬기에 안나인 유일무이한 전형에 한 발 다가서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반드시 연결되는 책이 있고, 잊을세라 적었다가 바로 펼치게 만들곤 하는데 이런 연결이 한은형의 인물 채집에 틀을 부여하고 독자를 단단히 이끈다. 유사하거나 대비되는 캐릭터가 떠오르는 순간,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는 내가 생각하는 다음 캐릭터와 비교하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 연구에서 삶에 대한 태도, 시간을 살아내는 다양한 힌트로 깊어진다. 개별 인물이 자신의 장을 넘어 다음 편으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넘어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생각만 해도 갑갑해서 읽지 않으려 했던 ‘속죄’도 읽어야겠고, 이토록 근사한 메타포라니 싶은 ‘검은 모자가 된 사비나’, ‘세련됨’의 화두를 던지는 ‘순수의 시대’의 엘렌, 온통 넘실대는 히스 밭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 ‘폭풍의 언덕’ 속 인물들, “이 소설은, 그리고 페르미나 다사라는 인물은,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서 우리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은 어떤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서일 수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다면 그 누군가를 만나서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97p)" 하고 말해주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경이로웠던 만남 ‘백년의 고독’의 다음 작품으로 정하며 마음은 분주해진다. 내가 사랑해서 도서관 친구들에게 반복하는, 4차시 한 세트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깊이 읽기(슬로리딩)를 고집하며 너희는 앨리스를 알아야 한다 강요하는 그녀를 저자도 꼽았기에 기쁘다.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백치’의 나스따시야로 ‘세상 모두에게 잔혹한 나스따시야’로 칭하고 있다. 작년에 다시 만난 ‘백치’, ‘죄와 벌’ 보다 나은 게 아닐까 고민했던 ‘백치’의 나스따시야가 다뤄졌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그녀를 어떻게 말할지 두근거렸다. ‘성격 파괴형 조던 베이커(134p)', 상처 받은 여자이며 조던 베이커와 달리 자존감이 망가졌던 사람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미쉬낀 공작으로 하여금 아글라야가 아닌 나스따시야를 선택하게 했던 파과적 절망. 나스따시야는 마지막까지 안타까웠다.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를 읽으며 오랜만에 읽는 기쁨, 설렘을 한껏 느꼈다. 팔에 기분 좋게 감기는 실크처럼 마음에 찰지게 감기는 문장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전해져 시원하기도 했다. 적절한 인용과 통찰력 있는 해석, 솔직한 의견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하기도 했다. 책 표지에 있는 문구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을 내내 생각했다. 아마도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일, 시간을 초월해 영원한 생명을 획득한 그토록 많은 책 속 인물들과 친구가 되어 끝없는 대화를 나누는 일, 그것을 다시 전달하는 일, 새롭게 살아내는 일 일지도 모르겠다. 선물처럼 받은 작품 목록을 가지고 이제 직접 그녀들을 만날 시간이다.      




서평 8년 차 시점>


2015년 서평 『세상을 바꾸고 고전이 된 39』은 최소한의 내용을 압축 전달한다. 압축이라기에는 성기고 읽으며 표한 곳을 급히 선택해 써냈다는 게 맞다. “그때 그 서평”들을 읽을 때 이 서평은 다시 써야 한다, 지금 쓰면 이렇게 안 쓴다, 이게 뭐야 싶은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써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는 확실하게 숙제를 안긴다. 동의하고 감동하고 부러워하며 읽은 후 그렇다면 나도 한번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그녀들을. 하고 작품 목록을 추리게 한다. 아끼는 책은 반갑고 또 다른 해석을 볼 수 있어 풍성해지며 읽어야 할 책은 조급함을 안기지만 싫지 않은 조급함이다. 읽은 후 다시 쓰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그래서 서평은 계속되고 토론에까지 이른다면 함께 전진할 두 번째 바퀴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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