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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먹는 꿈별 Oct 05. 2021

01. 어쩌다 서평

나는 왜 서평을 쓰게 되었나

슬리퍼 끌고 몇 분만 나가면 센트럴시티 내 백화점과 대형서점을 마음껏 구경하고 향기 그윽함에 끌려 커피라도 마실 수 있는 곳에 살다가 주말부부는 이제 그만, 어느 날 갯벌에 콕 박혔다. 0래마을에서 0벌마을로.      

사방을 둘러봐도 특별하게 눈에 띄는 게 없다. 진입로에 펼쳐진 넓은 영역을 보며 ‘저게 논이야 밭이야?’ 신기해하며 물어보았다. 와, 이게 바로 시골냄새, 자연의 향기인가. 집-직장-교회라는, 반복하던 인생 장소 삼각형에서 네 번째 꼭짓점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각오, 계획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물리적 강제성도 이에 못지않다. 사방 고립, 새로 쌓아야 할 인간관계, 문화시설 접근 어려움. 세상이 사실 조용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 ‘고요’. 밤이 왜 이래, 왜 이렇게 깜깜해, 별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소소한 발견의 시간을 보냈다.     


신간 서평단, 그게 무엇하는 일인가요?

독서를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장치 또한 마련되었다. 더 이상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대형서점이란 없다. 이제 인터넷 서점을 벗 삼아 장바구니를 채웠다 덜었다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나날이다. 그러다 솔깃한 제안을 발견한다. ‘너무나 궁금한 책이다,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해, 호모 아카데미쿠스, 알지?’ 내적 대화가 폭발한다. 규칙을 이행하면 책을 보내준다는 공지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처음으로 ‘스크랩’이란 것을 했다. 제대로 한 것인지도 가늠되지 않은 채 며칠이 지나고 도착한 택배는 2014년 키 출판사의 『매 3 어휘』였다. 이 책이 왜 나한테 왔지? 깨달음이 오는 순간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에 맞먹는 기분! 그렇게 서평단 활동이 ‘우연’의 옷을 입고 시작되었고 결국에는 한 주에 기본 다섯 편의 서평 쓰기를 일상적으로 해내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그때 그 서평; 나의 두 번째 서평>

자연을 배우는 만화 텃밭 백과(20140901)     


『자연을 배우는 만화 텃밭 백과』는 캐릭터를 알아보고 초등 딸이 먼저 환호했던 책이다. 이전에 『만화 영어교과서』를 쓰신 석동연 저자의 작품이었다.

표지의 텃밭과 열매와 푸른 잎들,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자연의 선물, 꽃다발처럼 사랑스럽다.

서울에 살다가 갯벌 앞 사택으로 온 지 2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회사에서 분양해준 텃밭에 배추와 무우를 심었던 첫 해. 첫눈으로 눈보라가 내린 날, 11살 막내딸과 둘이 무거운 자루를 끌고 왔던게 엊그제...많이 발전했을까?

그렇지 않다.

쌈채소를 심어놓고 뿌듯해 했던 올 봄, 얼마후 밭에는 온갖꽃이 만발해 있었다. 와! 꽃이 많이 피는구나!

옆의 밭에는 방울토마토가 주먹만한게(약간 과장) 주렁주렁인데, 난 고작 5알정도 수확....좌절의 연속..

밭을 반납해 버리리라!

했었는데......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금도끼이자 은도끼와 같다.

'아, 그렇구나!!'를 연발하며 책을 읽게 된다.

씨앗을 냉동보관 했었는데, 아니네!...씨감자가 따로 있구나...(감자 심어놓고 감자꽃과 풍성한 잎에 뿌듯해 했었던 나의 무지! 에잇, 사먹고 말지! 했던 과거!)...상추잎을 다 따와버리면 안되는거였네...광합성할 잎을 남겨뒀어야 했는데...,     


'저기요, 이 벌레는 나쁜벌레 인가요, 죽여야되는 벌레인가요?' 옆에서 일하고 계시는분께 소심하게 물어보던 나의 모습...

인터넷 검색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궁금했던것들이 가득하다.

만화와 사진이 서로를 보완하며 풍성하고 정확한 정보를 주고, 게다가 귀여운 캐릭터가 이끄는 스토리는 너무 재미있어서 큰소리로 웃게 만든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그때그때 알아보는것은 자료에 따라 모르는 상태에서 또다시 정보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책 한권이면 걱정 끝이다.     

사계절을 두번 반복하면서 요점정리와 직접 해보기 코너도 있어서 활용하기에 편리하다.     

'과일의 꼭지들이 약이되네...내년 봄에는 쑥, 냉이 말고 달래도 캐보자..우린 풀인줄 알았잖아..엄마 나 인삼 찾으러 가볼래...'     


9월이 시작되었는데, 다시 힘을 내어 호미들고 나가볼 수 있을것 같다.

아이들에게도 자연관찰 정보책, 식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살아있는 전문가 같은 책이다.

<스콜라>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서평 8년 차 시점>


문장마다 줄 바꿈이! 단락 개념이 없었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은 분량과 형식. 

그러나 부끄럽지만 삭제하지 않습니다.

첫눈이 왜 눈보라로 오나 원망하며 배추 봉투 끌고 오던 그날을 소환한다. 

엄마 말 잘 듣던 아이, 고생 많이 했다. 이 배추로 생애 첫 김치를 담그고 앓아누웠었다.(배추가 사람 잡네!)


그 후, 욕심을 내려놓으니 무성한 잡초와도 ‘너도 생명이야’라며 잘 지낼 수 있었지만 결국 2년 후 우리는 쿨하게 주말농장을 반납했다. 하지만 이 책은 사랑스러움을 한가득 담고 여전히 책꽂이에서 눈 맞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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