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_강남 아파트를 팔고 강북 주택가 단독에 산다고?
볕이 속절없이 따뜻한 봄날, 한 곡조 뽑아야겠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사월의 노래>,... 완연한 봄, 앵두나무 새순 사이로 여린 봄 햇살이 뭉텅뭉텅 쏟아지고 있다.
P. 38
환청인가, 순간 나무가 내게 속삭였다. "나의 어머니는 자연이다. 내가 죽는 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할 것이다. 나는 내 조상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오랜 세월 행복하게 살았다. ...주인인 그대가 걱정하고 염려할 일이 아니다. " ... 나는 안다. 나무가 나와의 이별을 무척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P. 79
요즘처럼 청명한 가을날 오후, 벤치에 앉아 나직이 피셔디스카우를 듣는다. 기분이 좋아진다... 단독살이 덕분이다. 가냘픈 구절초 꽃잎 위에 가을볕이 소복하다. P. 129
가지치기를 끝낸 뒤 마당 구석에 쌓여 있는 마지막 낙엽을 치우고 하늘을 바라본다. 눈은 언제 오려나. 늘 마지막 낙엽을 치우면 첫눈이 오더니만... 어느새 바람이 차다. 집은 이제 겨울로 가는 길목에 웅크리고 있다. P. 121
단독살이에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겨울을 견뎌내야 비로소 봄이 오는 것이다... 내일 모래가 대보름...터질듯한 둥근 달 속에서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뛰어 놀던 어린 내가 보인다.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