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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수 Jul 12. 2023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시.


존 바에즈의 음성은 처연하지만 알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며 모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가 노래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메리와 찰리의 애환 서린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치면 순희와 철수의 이야기겠지요.  이름이 있어도 이름 없는 사람들, 평범한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복직을 하고 생활의 전선으로 다시 나오니 '애환'이라는 말을 만지작거릴 때가 있습니다.  출퇴근길은 아직 추워서 코트를 입어야 하는데 추위를 막느라 서늘해진 코트 자락 안, 주머니에서 자꾸 그 말이 만져집니다.   

일을 마치고 어린 것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며 짜부라진 사과 한 톨이라도 사 들고 가고 싶은 부모의 마음. 어린 것들의 신발 문수는 점점 커져 가고 그 크기만큼 부모의 호주머니 근심도 커지겠지만, 고 녀석들은 또 얼마나 뿌듯이 자라 줍니까. 그것이 슬픔과 기쁨이 묘하게 교차된 평범한 우리 삶의 전경입니다.  '애환'인 것이지요.


이름 없는 이들의 삶을 노래해 준 그녀를 존경합니다. 그녀에 대해선 제 블로그 잘 물들기 한 켠 '멋있게 나이 든 여자 사람'에서 언젠가 다시 한번 쓰고 싶습니다.






Thr river in the pines


Oh, Mary was a maiden

When the birds began to sing

She was sweeter than the blooming rose

so early in the spring

메리라는 아가씨가 있었어요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했을 때

이른 봄 활짝 핀 장미보다 더 아름다웠지요.


Her thoughts were gay and happy

and the morning gay and fine

For her lover was a river boy

from the river in the pines

그녀는 즐겁고 행복한 생각만 했어요

그런 날은 아침도 맑고 싱그럽지요   

그녀의 연인은 솔밭 사이 강가에서 리버보이로 일하는 멋진 청년이었으니까요


Now Charlie, he got married to his Mary

in the spring

When the trees were budding early

and the birds began to sing

봄이 되어  찰리는 메리와 결혼을 했어요.

나무들이 일찍 움을 틔우고,

새들이 노래하기 시작했을 때였죠


But early in the autumn

When the fruit is in the wine I'll return to you,

my darling

From the river in the pines

하지만 이른 가을이 되자

"포도주가 익을 때쯤 돌아올게요, 내 사랑

솔밭 사이로 흐르는  그 강에서"


It was early in the morning

in Wisconsin's dreary clime

When he rode the fatal rapids for that last

and fatal time

황량한 위스콘신의 이른 아침

그는 급류에 휘말려 최후의 순간을 맞고 말았지요.


They found his body lying on the Rocky shore below

Where the silent water ripples and

the whispering cedars blow

사람들은 하류의 암석 해안에 기대고 있는 그의 육신을 발견했어요

고요한 강물이 잔물결 짓고, 삼나무 바람이 속삭이는 곳이었죠



Now every raft of lumber

That comes down the  Chippewa

There's a lonely grave that's visited by drivers on their way

지금도 목재를 실은 뗏목들이 치페와강을 흘러 내려가고 있지요

사람들이 차를 몰고 지나가는 길목에 외로운 무덤이 하나 있답니다.


They plant wild flowers upon it in the morning fair and fine

It is the grave of two young lovers from the river in the pines

그들은  활짝 갠 맑은 아침 그곳에

야생화를 심었죠

솔밭 사이 강물이 흐르는 곳,  

젊은 두 연인을 위한 무덤에 말이에요.




* (가사를 여럿 비교해 보니 어색한 부분이 적잖이 있어서 단어를 제일 그렇겠다하는 걸 따서 바꾸어 보았다. 번역은 내 느낌을 살려 조금 수정하였다. 'a river boy'는 강가에 사는 소년이라 하면 정말 어색하다. 아래 시대 배경을 참고하니 해결되는 것이 많았다.)




1869년 대륙횡단 열차로 인해 철도 강국이 되기 이전, 미국의 위스콘신 주의 치페와 강은 목재 수송의 주요 근거지였다고 합니다. ' River Boy '라 불리던 목재 수송 담당 직업이 있었다고 해요. 찰리는 사랑하던 메리와 결혼한 후, 저 일을 더 열심히 하여 돈도 모으고 행복한 미래를 살리라 꿈꾸었겠지요. 그래서  일이 많아지는 가을에 이 사랑하는 여인을 떠났을 것이고 강물이 불어도 그날 일을 나갔을 테지요...... . 그래도 사람들이 저 둘의 사랑을 꽃을 바쳐 기억해 주고 있습니다.



미시시피와 합류하는 치페와강과 River Boy  ,   사진 출처 locomotive100 (tistory.com)



산업화 시대, 우리 앞 세대가 청춘을 바쳐 일해 주었고 그 결과 우리가 이렇게 물질을 누리고 있는 것과 일면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이름 없는 그들의 외로움을 기억하는 것처럼요.

소설 '외딴방'이 겹쳐집니다. 우리 시대의 '외딴방'이 어딘가 여전히 있을 것이고요.


그러고 보니 저의 출퇴근길 주머니 속에 담긴 '애환'이랄 것은 호사입니다. 오늘도 글쓰기는 이렇게 제 호들갑을 잠재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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