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은 만큼 소급하니 더 아프다
참 못생겼다.
뭉툭하고 넓적하고 굳은살도 잔뜩 배겼다.
내 발 이야기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믿는 슬리퍼에 발등 까졌다.
워낙 발을 편하게 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라 시장 보러 가는 길에 맨발로 신고 나갔다. 한참 장을 보는데 엄지발가락 윗부분이 따갑다. 발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발등 피부가 조금 벗겨졌다.
낡은 슬리퍼 안쪽 가죽이 피어 까칠해졌기 때문이다. 발바닥이었으면 거뜬히 이겼을 자극을 연한 살갗이라 견디지 못했다.
이까짓 상처쯤이야 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운동화로 갈아 신고 나가서 만 보를 걸었다.
돌아와 양말을 벗으려니 발에 딱 달라붙었다.
조심조심 떼어내고 간신히 빼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처에 곱이 허옇게 끼고 바짝 성이 났다.
못생겼다고 홀대해도 군말 없이 참은 세월을 다 소급해서 화를 내는 모양이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