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재 Sep 02. 2023

가을 편지

낙타에게서 배웁니다.

                                                                   

올여름 날씨가 유난히 더워서 열대야까지 극성을 부릴 때는 우리 생애에 시원한 날을 다시 볼까 싶었는데 어느새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서늘합니다.


무성하게 푸르던 나뭇잎도 알록달록하게 색이 변하여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걸 보니 새삼 자연 섭리의 위대함에 머리를 숙이게 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고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가을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그대여 ~

오늘은 그대에게 등에 혹이 달린 못생긴 짐승, 낙타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그동안 막연히 낙타의 혹 속에는 물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혹 속의 물주머니에서 물을 조금씩 꺼내어 목을 축이며 사막을 횡단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혹 속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지방이랍니다. 낙타가 사막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약 45㎏ 정도 되는 이 예비식량 덕이랍니다.




낙타 몸은 수분의 증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가, 필요한 경우 상대적으로 물이 덜 필요한 다른 기관에서 수분을 가져올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답니다. 또, 한 번 물을 마시면 10분에 100 리터 가까운 물을 마셔 몸속의 부족한 물을 단숨에 보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막을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는 짐승은 당당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가 아니라, 얄궂은 얼굴과 흉물스러운 혹을 가진 초라한 모습의 낙타랍니다.


낙타가 아주 긴 여행을 하게 되면 혹 속의 지방이 줄어들겠지요. 험한 여행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아마 껍질만 남고 지방은 다 없어져 혹 없는 낙타가 되고 말지도 모릅니다.  

   



그대여.

우리 속에도 저장되어 있는 많은 재능과 은사가 있지 않습니까? 삶의 긴 여정을 마치는 순간, 긴 여행 끝에 평평한 등을 가진 낙타처럼 되도록 우리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쓰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밖에 없도록 열정을 다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무의미한 회한도 남지 않을 테니까요.   

  



참, 우리가 낙타에게서 배울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아주 많이 어수룩해 보이는 겸손한 태도입니다. 사람을 태우기 위해 무릎을 꿇는 모습은 진짜로 겸손한 자세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그리도 완벽하게 자기 몸을 낮추어 엎드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 모습은 꼭 하나님 앞에 엎디어 기도하는 성도의 모습 같고, 충성된 종의 모습 같습니다. 그렇게 무릎 꿇고 세상을 살아가면 넘어질 일도, 시험에 들 일도 없지 않겠습니까?     


저도 앞으로 낙타처럼 그리 온몸과 마음을 낮추어 겸손한 자세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두루 사랑받고 칭찬받을 수 있게 말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작가의 이전글 참 못생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