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포르투갈, 지브롤터, 모로코 10박 12일
사) 한국문인협회 주관 <해외 한국 문학 심포지엄>이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지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이번 문학 심포지엄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지브롤터, 모로코 등을 두루 돌아보는 장거리 코스였다.
2023년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10박 12일간의 여정을 버스로 5,100km 넘게 달린 대장정이었다.
여행하는 10일 동안 매일 숙소가 바뀌었다.
아침에 가방을 다 챙겨 나와서 온종일 돌아다니다가 다른 도시의 호텔에다 다시 짐을 풀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미친 듯이 달려가서 잠시 부리나케 돌아보고, 사진 찍고 메모하고는 다음 목적지로 달려가는 여정이었다. 20~30대 청춘들에게나 어울릴 만한 코스였다.
하지만 열정이 있는 작가들에게 나이는 정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다들 젊은이의 심장으로 열심히 보고, 듣고, 느끼고, 기록했다. 이번 유럽 문학 기행은 작가들이 견문을 넓히는 좋은 기회였고, 다른 장르의 문인들이 서로 가까이 교류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한국문인협회 김호운 이사장을 비롯하여 여러 임원들과 시, 소설, 수필, 시조,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 속한 회원들이 골고루 참여하였다.
참가 인원은 여행사 인솔자를 포함하여 총 28명이었다.
대한항공 오전 10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서 출발한 지 14시간 만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마드리드 공항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지금이 우기(雨期)다.
비행기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챙겨 먹었는데 또 저녁밥이 기다리고 있다.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예약된 식당으로 가서 순두부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이제부터는 한국의 시간이 아닌 여기 시간에 맞춰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스페인은 처음이라 무척 설레었다.
공항에서 만난 우리의 전세 버스는 엄청나게 크고 좋은 고급 리무진이었다. 이번 여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버스로 다녀야 하는데, 공장에서 갓 출고된 좋은 새 차를 만나니 정말 다행이었다.
버스가 아주 길어서 뒤쪽에 앉은 사람들은 차에 오르내릴 때 중간에 있는 쪽문을 이용했다. 앞문은 보통 버스 같은데, 중간 문은 여닫는 손잡이가 없었다. 계단 경사도 80도 정도로 가파르고 좁았다. 가느다란 쇠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기가 힘들고 버거웠다.
이럴 때 누군가 안에서 손을 붙잡고 끌어당겨주면 수월할 텐데 싶었다. 다행히 여정 내내 도우미 역할을 자청하며 손을 내밀어 준 분이 있었다. 그 손길 덕분에 우리는 버스에 쉽게 올라올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빡빡한 일정이었는데도 별 차질 없이 착착 진행되었다.
혹시 몸이 불편한 사람이 보이면 슬그머니 다가가서 부축하는 따스한 손길.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옮길 때면 슬쩍 뺏어 들고 가는 든든한 발길. 혹시라도 일행에게 폐가 될세라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는 속 깊은 성품.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돌보는 성숙한 마음들이 모인 덕분에 우리는 계획했던 모든 일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무사히 다 소화할 수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