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화 너머로 들린 다급한 원장의 목소리

2023년 4월 17일

by MJ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간신히 9시 출근 시간에 맞춰 회사 주차장에 들어섰다. 차를 세우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042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순간, 이유 없는 불안이 밀려왔다.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병원인데요. 지난주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원장님이 급히 통화하시길 원하십니다.”


곧바로 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장이 요동치듯 뛰기 시작했다.
지금 다시 그날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가슴이 그때처럼 뛴다.


“아이 당화혈색소가 12가 넘습니다.
케톤산도 보이고요….”


그 이후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당화혈색소, 케톤.
생전 처음 듣는 말들이었지만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껴졌다.

회사가 집에서 너무 멀다는 사실이 그날만큼 원망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하필 남편은 출장으로 포항에 가 있었다.

회사 건물에는 올라가지도 못한 채 전화로 급히 병가를 내고 차를 돌렸다. 시동을 끄자마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 아무리 서둘러도 한 시간은 걸린다.


운전대를 잡은 채 병원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였다.

간호사가 전화를 받았다.

“혹시 원장님과 다시 통화할 수 있을까요?”

원장님께 물었다.

“검사 당일에 공복 상태가 아니었는데 그 영향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답이 돌아왔다.

“공복이 아니어도 혈당이 300이 넘는 건 정상 아닙니다.
그리고 당화혈색소가 6을 넘으면 당뇨입니다.
지금 바로 큰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연락해 지금 당장 집으로 오라고 했다.


곧바로 학교에 전화해 담임 선생님께 사정을 설명했다.

“엄마가 지금 가고 있습니다. 아이 집으로 보내 주세요.”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말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있었다.
눈빛이 멍했다.

“엄마, 나 큰 병이야?”

그 질문 하나가 그날 내가 들은 말 중 가장 무서웠다.


아이를 데리고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실에는 이미 다른 환자들이 있었지만 사정을 들은 간호사는 우리를 곧바로 진료실로 안내했다.

검사 결과를 대강 듣고 결과지와 진단 의뢰서를 손에 쥔 채 택시를 탔다.

처음 도착한 곳은 충남대병원 응급실이었다.
그러나 청소년과 응급의가 없다는 말에 다시 병원을 찾아 나섰고, 결국 을지대병원에 도착했다.


아이가 살이 너무 빠져 갑상선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어 주말에 동네 내과를 찾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걱정으로 시작된 진료는 사흘 만에 응급실로 이어졌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그날을 떠올리면 손이 떨린다.
기억은 흐려지지 않았다. 꼭 오늘 일처럼 선명하다.

중학생 아이에게 갑자기 찾아온 1형 당뇨는 알아채기 쉽지 않다.
청소년기에는 키가 크면서 살이 빠지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내가 검사를 의뢰했을 때조차 의료인인 원장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 놓쳤던 신호들을 이제라도 기록해 두려 한다.

이 글은 나의 후회를 고백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누군가의 아이는 나보다 하루라도 먼저 알아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남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1형 당뇨의 초기 증상>


1.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1형 당뇨는 췌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한다.

섭취한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 결과 몸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케톤산이 생성된다.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한 몸은 먹는 족족 빠져나가듯 체중이 감소한다.


2. 소변량 증가와 심한 갈증
소변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삼투압이 증가해 몸속의 수분이 함께 빠져나간다.
이로 인해 소변량이 늘어나는 다뇨 증상이 나타나고, 탈수로 인해 극심한 갈증이 동반된다.
우리 아이는 밤에도 여러 번 화장실에 가고 우유를 유난히 많이 마셨다.
그때는 그저 크느라 그런 줄 알았다.


3. 다리에 쥐가 잦아진다
소변량이 늘면서 칼슘, 칼륨, 마그네슘 같은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간다.
전해질 부족은 근육의 이완을 방해해 경련을 유발한다.
우리 아이 역시 밤마다 종아리에 쥐가 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