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당뇨에 대한 편견이 깊다.
당뇨라고 하면 아이가 단것을 얼마나 먹었기에 그런 병에 걸렸느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뇨는 과체중이거나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생긴다”,
“당뇨 환자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인슐린을 맞는 건 병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당뇨는 완치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은 사실과 다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의료진과 환우회를 중심으로 당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알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 결과, 많은 당뇨 아이들이 불필요한 오해와 시선, 때로는 차별을 감당하며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형 당뇨 진단을 받은 아이들 중에는 이 사실을 숨긴 채 학교에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선택이 아이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퇴원하는 날, 담당 의사 선생님은 아이에게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다.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지만, 당뇨는 숨겨야 할 일이 아니다.”
사춘기의 문턱에 선 아이들, 수줍고 예민한 성격의 아이들은 자신의 병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수업 도중 저혈당 증상이 와도 간식을 먹지 못하고 참고 버티다가, 결국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저혈당은 오렌지 주스 300cc, 반 병이면 회복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더 화가 나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떤 학교에서는 당뇨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체육 활동을 제한해, 아이가 오히려 병을 숨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아이의 삶을 더 위축시키는 현실 앞에서 창피함과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
당뇨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다면, 병을 숨길 이유도, 상처받을 이유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움 때문에 진단 사실을 감추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는 학교에 가자마자 담임 선생님께 ‘의사 선생님이 학교 선생님께 드리는 글’을 전해 드렸다.
의사 선생님이 학교 선생님께 드리는 글 일부를 옮겨놓는다.
“소아청소년 1형 당뇨인들은 혈당관리를 위해 생활에 약간의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선생님의 관심과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반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당뇨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 이후 학교생활은 조금 달라졌다.
점심시간에는 보건실에서 인슐린을 처치한 뒤 급식실로 이동했고, 체육 시간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선생님이 주스 한 병을 미리 챙겨 주시기도 했다.
물론 혈당 관리는 결국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당뇨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친구들과 선생님이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대처해 주는 것, 그것은 아이의 안전과 일상을 지키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힘이 되었다.
- 우리는 아이에게 묻기 전에 먼저 세상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 혹시 아이가 병을 숨기고 싶어 한다면, 그건 아이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 우리 아이가 저혈당이 와도 간식 하나 꺼내 먹지 못하고 참게 만든 건, 혹시 ‘괜히 튈까 봐’, ‘문제 될까 봐’라는 부모의 걱정은 아니었을까.
- 아이의 병을 드러내는 것이 아이를 약하게 만드는 일일까, 아니면 아이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까.
- 당뇨는 숨겨야 할 비밀일까, 아니면 함께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정보일까.
- 오늘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참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가,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