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나의 엄마

by CHOYI

아픈 엄마는 내가 결혼한 이유가 본인이 아픈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고 날 한없이 안타까워했다.

내가 쓰러지지만 않았더라도... 내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도..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살게 했을텐데 하면서.

어렸을때 엄마는 다정한 엄마가 아니었다, 어떨때는 우리 엄마는 계모가 틀림없어! 라고 생각한 일도 있었다.

엄청 다정하고 눈물도 많은 아빠와 더 비교되어서 엄마는 늘 이성적이고 우리 자매를 무섭게 대했었다.

그런데 내가 결혼을 하고 나니, 엄마는 내게 미안해 했다.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경기도에서 공장을 운영하다가 가세가 기울어져 서울로 다시 이사를 오고 우리가족 힘내자! 하던 찰나에 엄마가 쓰러졌기 때문에 취집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좀 번듯하게 살면 우리집에도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빛 좋은 개살구 인줄도 모르고.


엄마는 내가 결혼 이 후, 진정한 친정엄마의 역할을 다 했다.

매일 전화해서 내 식사여부를 물어봐주고 내 하소연을 들어줬다. 나는 엄마가 없었다면 버텼을까.

아픈 몸으로 남편이 구치소를 가니 혼자 일해야 하는 딸의 뒷바라지부터 어린 손주들까지 키워줬다.

뇌출혈로 오른쪽 마비가 된 손으로 기저귀를 갈아줬고 목욕까지 거뜬하게 시켜줬다.

오른손을 못쓰니 정말 왼손으로 반찬도 만들고 김치도 담그는 원더우먼이 됐다.

엄마는 나를 안타까워했고, 나도 그런 엄마에게 늘 미안해했다.


쓰러지고 나서 한동안 우울해했었다. 여기저기 나서서 일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오지랖도 넓어서 주변에 친구도 많은 사람이 한순간에 쓰러져서 아무것도 못하니 무기력해졌다. 엄마는 고맙게도 손주가 태어나서 너네 어릴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이쁜 줄 모르고 키웠는데 손주보고 많이 기력을 되찾았다고 말해줬다.

나도 우리애들이 나중에 커서 손주 낳으면 저런 마음이 들까.


그래도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잘 회복해나가고 엄마에게는 딸이 셋이나 있어서 우리도 많이 노력하니,

점점 괜찮아졌다.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서운한일도 꽤 있고 눈물도 많아서 동생들한테 서운하면 나에게 전화해서 꼭 이르는데 그게 참 한없이 귀엽다. 들어주면 금방 마음이 풀린다. 우리엄마는 참 귀여운 여자다.

지금은 제철음식도 찾아서 드셔야 하고, 사고싶은 옷도 많으시고, 오늘도 쿠팡으로 콜라 좀 시켜달라고 해서 나에게 당뇨 잔소리를 듣고 있는 귀여운 양여사.


여전히 나한테 전화하면 첫 마디는 "밥먹었어~?" 이고, 여전히 내 반찬거리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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