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선이라는 게 무서웠던건지 출소를 하고 그 이후에는 남편도 잠잠했다. 대외적으로는 조용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동네에서는 세상 애처가가 따로 없었다.
나는 어린나이에 외제차를 몰며 사업하는 남자 만나서 하고싶은 일 하는 세상 편하게 살고 호강하는 여자였다. 그래도 밖에서 푸는 스트레스를 집에서 푸는 건 달라진 건 없었다.
나의 눈치보는 삶이 다시 시작됐다. 정말 지옥 같았다.
조금이라도 친한 사람이 생기거나 또 지인을 만나는 날이면 무작정 내가 있는곳을 찾아와서 만나는 사람을 꼭 확인했다. 아니면 어디에 있든 데릴러 오고 전화도 하루에 수십번 해서 나를 못살게 굴었다. 사랑이 아니고 집착이었다. 그래도 아이들 앞에서 우울해하거나 절대 울지 않았다. 혹시나 내가 한번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면 이 모든 걸 누구에게 탓하고 싶어질까봐 그게 아이들이 될까봐 그럴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는 맨날 야간근무다 뭐다 집에 잘 안들어오는 사람이 그날따라 유난히 일찍 들어왔다. 나는 근처 동네 엄마들하고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놀리다가 저녁을 먹고 들어가겠다고 하니 당장 들어오라고 했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갔겠지만, 들어가기 싫어서 먹고 들어가겠다고 고집피우고 오는 전화나 어마무시한 장문의 문자들을 무시하고 저녁을 먹고 들어갔다. 왼손에는 큰아이 손을 잡고, 오른손에 둘째아이 손을 잡고 들어간 집에는 집안에 있는 온 유리가 깨져있고 주방부터 거실까지 난리가 나있었다. 솔직히 무서웠다.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집안 모습에 몸이 덜덜덜 떨렸다. 하지만 나도 가만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보고는 방안에 들어가있으라고 한 다음, 그 유리를 밟고 걸어들어가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했다.
발바닥에는 유리가 박혀서 피가 났고 남편은 놀라서 내 발을 치켜들어세워 위험한데 뭐하는 짓이냐고 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얘는 내가 본인을 무서워하길 바라는구나. 다치길 바라지 않으면서 무서워하길 바라는 건 모순이 아닌가.
나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본인에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내거나, 말을 잘 듣지 않거나, 혹은 지친다 헤어지자는 말을 하면 종종 무기를 들어 나를 협박했다. 나는 그때마다 무서워서 빌고 또 빌었다.
내가 다칠 것을 걱정한다기보다 이 무기가 혹시 나의 아이들에게 가지 않을까 너무 무서웠다. 내가 스스로 남편에게 작아지고 잘못하지 않았는데 잘못했다고 말하는 행동들이 남편을 거대한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시절에는 이런말이 없었다. 나는 그게 가스라이팅인지도 모르고 나를 옥죄어 오는 그에게 매일 간당간당한 숨만 붙이고 살고 있었다. 메말라갔다.
내 나이 겨우 스물일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