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원에서는 보증금과 월세를 내지 않는것 외에도 이런저런 기부물품들이나 식량도 자주 나눠줬다. 여름철 혹서기가 되면 삼계탕을 줬고 종종 아이수만큼 두유도 박스채로다가 주었다. 겨울이 되면 겉옷도 아이사이즈에 맞게 선물해줬고 새학기가 되면 새가방도 주었다. 일단 엄마집에서 가까워서 엄마랑 자주 교류할 수 있어서 편했고 편의점도 바로 앞에 있고 학교도 근처였다. 사는 환경도 위치도 단점이라고 꼽을만한 것은 없었다.
굳이 불편했던 걸 말하자면 통금이랄것 까진 없지만 12시에 모자원 대문이 닫혀서 밤늦게는 통행이 불가하다는 것과, 아이들과 여행을 가거나 엄마집에서 자고오려면 외박신청서를 작성해야 했다. 외부인 출입도 허락을 맡아야 해서 부모님이나 동생이 자주 올 수 없었다. 아마 이곳은 엄마들과 아이들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철저한 관리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내심 조금은 답답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들어올 때 이미 설명을 다 했었고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며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때문에 수긍하며 살았다.
평온했던 모자원 생활이었지만 내 마음 한켠 구석에는 여기서 평생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제일 신경썼던 점은 이곳이 모자원이라는 곳을 모두가 안다는 것이었다. 주변에는 대학가여서 가정집보다는 오피스텔이나 원룸이 더 많았고 학생들이 많이 사는 곳 가운데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건물이 한부모가정이 사는 곳이라는 건 동네사람들 아마 전부가 알았을거다.
가끔 모자원에 사는 분들하고 교육을 같이 듣거나, 특별한 날에 모여서 다과를 먹거나 크리스마스 파티같은것도 했는데 그거 말고는 교류가 너무 없어서 건의도 했었다. 모자원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교류도 자주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얘기 했는데 현실적으로 본인이 유책일 수도 있고, 모두 한부모가 된 계기나 경로는 다르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서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같이 사는 사람들하고 교류하거나 대화할 기회는 전혀 없고 분기별로 모자원 원장님하고 하는 상담이나 모자원에서 일하시는 분하고 인사하는게 다였다.
어두웠고 조용했다. 모자원 대문 밖을 나가면 밝은 세상이 있는데 여기만 들어오면 우울해지고 어두워졌다.
나는 모자원에서 하는 아이들 방문선생님이나 프로그램에는 잘 참가하지 않았었는데 한번은 둘째아들이 미술이 배우고 싶다고 해서 프로그램을 신청을 했고, 몇번의 수업 끝에 그날은 상담을 하는 날이었다.
새 둥지를 그리는 그림이었는데 둘째아들의 새는 공격해오는 다른 새들사이에서 둥지에 있는 다른 새들을 지키는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을 보여주며 나에게 헤어진 전남편에 대해 공격적이고 가족들을 지키려는 마음이 크다라는 결론을 내버리면서 내제적으로 상처를 품고 있는 아이라고 했다. 나는 미술도 모르고 그림이 나타내는 정서적 결과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전문가라고 얘기해주시는 부분에서 나는 가만히 들으면서 이곳에서의 살고 있는 삶과 한부모가정의 아이인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치료사인지 전문가인지 그분이 그림을 보고 말한게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저 내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가득하고, 이런 감정을 품고있다라고 하니 꼭 문제가 있는 아이처럼 말하는걸로 들렸다. 나는 선생님의 말은 이해했지만, 엄마로써 제가 잘 더 보듬어주겠다고 하고 그길로 미술은 그만뒀다.
이곳은 평온하지만 내 아이들의 정서에 완벽히 좋은곳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그날이었다.
우리 아이들을 불쌍한 아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만 바라보는 이 공간의 시선들이 불편했다.
*이 글은 어떤 특정 기관을 비난하거나 비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입장과 상황이 표현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