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꽤 빠르게 친해졌다. 모자원 내부에 놀이터도 있었고 입구에 정원도 잘 되있어서 킥보드를 타거나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모자원에 살면서도 계속 일을 했고 아침에 아이들 학교가고 어린이집 갈 때 같이 출근하고 저녁이 다 되서야 막내 어린이집에서 픽업하면서 귀가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이랑 놀다가 오기도 하고 모자원 친구들 또래랑도 곧잘 놀았다.
나처럼 풀근무로 일하는 엄마들은 많이 없는 것 같았고, 짧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엄마들은 꽤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모자원 친구여도 다른 집에 가는 건 민폐인 것 같아 허락하진 않았지만 우리집은 저녁까지 내가 없기도 하고 너무 더운 여름날이나 추운 겨울에는 종종 우리집에서 놀게끔 허락해줬다.
어느 날, 그날도 친구들을 초대해서 집에서 놀다가 저녁먹으려고 다 헤어졌는데 큰아들의 닌텐도 칩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큰아들은 놀러온 친구들이 가져간 것 같다고 했고, 어른이 개입하면 안될 것 같아 친구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놀러온 친구가 닌텐도 칩을 가져간 게 맞았고, 그 엄마도 같이 와서 죄송하다는 말보다 뭐가 자기들 꺼고 이건 우리 아들꺼라면서 이리저리 말이 오갔다. 머리 아프고 시끄러워 지는 게 싫어서 3개의 칩중에 2개만 찾아왔지만 가져간 친구를 더 의심하기보다는 앞으로는 자기 물건은 자기가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입장에 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는 어른이고 실수한 부분은 명확히 가르쳐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잘못한 일에 먼저 사과하지 않는 그 엄마를 보면서 나도 어느새 평가하고 있었다.
모자원 관리하시는 분들은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딱히 조치랄 것도 없고 나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여기를 나가야겠다라고 생각했을 뿐.
모자원가정이 모여사는 집에 대한 인식이 나조차도 정서적으로 불완전하다고 느끼는데, 내 마음을 재촉질한건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차피 이곳은 거쳐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임대주택이란 임대주택은 죄다 신청했다. 당첨이 되는게 우선이었다.
나는 한부모이긴 했지만 버젓이 일도 했고 4대보험이 되는 회사에서 200만원 이상의 월급을 수령했기때문에 차상위나 수급자는 해당이 되지 않았다. 차상위나 수급자는 그때의 기준으로 100만원 이상 벌면 해당이 안됐는데, 나는 100만원만 벌고 수급비로 살기에는 몸이 아픈것도 아니고 일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 젊고 건강했다. 그래서 나라에서 주는 혜택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너무 좋은 제도이지만, 아이들이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 수급자라는 가정의 형태가 결코 미래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거란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더 열심히 일해야만 했고 열심히 일했다. 한부모인 것도 늘 마음 한 켠에 미안한데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혹시나 누군가에게 또 불쌍한 아이들처럼 보이는게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1년, 나는 계획대로 전세임대가 당첨되어 모자원을 떠나게 됐다.
*이 글은 어떤 특정 기관을 비난하거나 비방하려는 목적이 아닌, 개인의 입장과 상황이 표현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