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화곡동 반지하

by CHOYI

우리는 한부모 다자녀 전세임대에 당첨되었고, 나라에서 1억 2000만원까지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제도의 집이었다. 대신 집은 당첨자가 가격에 맞게 구해야 하고, 집주인도 전세임대를 승인해줘야 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한도에 맞는 집을 구하기 위해서 서울에서 집값이 좀 싼곳 위주로 발품을 팔며 찾아다녔다. 집값이 천정부지 뛰는 상황에서 가격에 맞는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100% 내 마음에 들 순 없겠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위해 방은 꼭 3개여야만 했다.


발품을 팔며 부동산을 돌아다니던 어느 날, 화곡동 부동산 사장님께서 전화가 오셨고 퇴근하고 간 부동산 사장님을 따라서 화곡동 봉제산 꼭대기 쯤 오래된 빌라 반지하에 방3개, 화장실 1개짜리 집을 찾았다. 마을버스를 타야하지만 지하철역과 시장에서 멀지 않았고, 동네가 조용했다. 반지하였지만 1층처럼 빛이 잘 들어와서 집이 많이 어둡지 않았다. 무엇보다 방이 3개였다. 게다가 아이들이 다닐 학교도 근처였다.

방을 구하느라고 지쳐있기도 했었고, 또 저 가격에 맞는 집은 방3개짜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크게 고민도 하지않고 화곡동 반지하 집으로 선택했다. 집을 선택하고 나니, 계약하고 이사까지는 일사천리였다.

계약도 부동산에 전세임대 담당자가 와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사날짜까지 잡았다.


모자원을 나가는 날, 짐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 용달만 불렀었는데 생각보다 짐이 많았다.

버린다고 버렸는데 여기서 산 1년동안 그새 짐이 많이 늘었었나보다. 비워진 집을 보면서 시원섭섭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조금 느리지만 한 발자국씩 나의 계획대로 이루어갔다.

모자원은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 드디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지하이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방이 생겨 너무 좋아했고, 누군가가 지켜보고 관리하는 삶이 아닌 곳에서 나도 자유로움을 얻었다. 아이들은 이번 이사로 3번째 전학을 했지만, 주변에 다행히 아이들도 많이 사는 빌라촌이어서 금새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고 적응해나갔다. 역 근처로 내려가면 번화가라서 있을 건 다 있었다. 나는 꽤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집 근처는 조용하고 조금만 내려오면 번화가에 전통시장에 서울치고는 저렴한 물가까지.


요즘 같이 이웃의 얼굴도 모르고 팍팍한 세상에서 동네슈퍼 부부 사장님은 애가 셋이라고 복날에 삼계탕을 나눠주시고, 애들이 혼자 심부름하거나 하교길에 들리기라도 하면 매번 보너스 과자를 챙겨주신다.

슈퍼 옆 미용실 사장님은 이제 애들 얼굴과 이름도 꿰고 계신다.

나에게는 모자원보다 더 사람냄새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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