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살아 낸,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by CHOYI

화곡동 빌라 반지하로 이사오면서 벌써 3년이 지났다. 날씨가 화창하던 3년 전 5월에 이곳에 이사왔었는데 벌써 3년이 지나고 쨍쨍 여름인 8월이 되었다. 이곳에서 큰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새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둘째의 초등학교 졸업도 앞두고 있다. 막내는 이곳에 와서 내 출근길에 제일 먼저 어린이집을 가고 내 퇴근길에 제일 늦게 하원했었는데 어느새 2학년이 되었다.


3년동안 살면서 만족하고 살아야 하니, 치우고 비우며 만족이 되지 않더라도 참 잘도 버텼던 것 같다.

반지하집이라고 여기저기 비가 많이 오고 물난리가 날 때면, 가족들이 그렇게 괜찮냐고 연락왔었다. 어디서 날라온건지 벌레도 참 많았고 창문을 열면 바로 주차장이 보이고, 사람들이 집을 훤하게 볼 수 있는 구조여서 사계절 내내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했고, 제습기는 내 친구였다. 이제 우리는 또 이사를 앞두고 있다. 3년내내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열심히 넣은 결과 최근에 다자녀 매입임대에 당첨이 되었다. 지은지 5년정도 된 신축빌라이고 반지하에서 무려 5층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아이들과 휴가를 내고 다 같이 집을 보러 갔었는데, 아이들은 방이 몇개고 집구조가 어떻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첫마디는 "우와~ 밝다" 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서울살이가 최고라고 나는 아이들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고집 했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에 코가 시큰거려왔다. 그래서 신도시이고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서 이사를 결정했다.


이사를 결정하면서 차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한부모 조건에 맞는 10년이상 된 중고 아반떼를 구입했다. 다자녀는 차를 구입하면 취득세가 면제되는데 신청했더니 글쎄, 전 남편이 이혼한 후에 가족관계증명서를 이용해 다자녀 취득세 면세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차를 사지 않았더라면 전혀 몰랐을 일이었고, 이혼하면서 위자료는 고사하고 양육비를 단 한번도 지급하지 않은 사람이 아이들을 무기로 면세를 받은 사실에 화가났다. 또한 그걸 처리해준 정부의 행정처리에 대해 개탄스러웠다. 가족관계증명서만 떼면 이혼을 했는지, 양육을 누가하는지는 또 확인할 수 없는 구조로 구청 담당자도 안타까워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 안되는 세상이라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그는 저렇게 살고 있구나, 사람 변하지 않는구나 하고 적어도 사람이라면 저럴수가 없을텐데 일말의 동정과 안타까움도 사라졌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부터 정부의 양육비 선지급이 시행되고, 더 이상 전 남편에 대해 신경안쓰려고 했는데 나는 괜찮지만 아이들의 아빠로써의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이익은 다 챙겨먹는 꼴을 보니 최근은 혈압이 올라서 머리가 계속 아팠다. 부모자식간의 연을 끊을 수 있다면 끊어 버리고 싶었는데 가족관계증명서에서는 아이들을 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전남편과 전 시어머니까지 포함해서 아이들의 등본,초본 열람을 제한시켰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열심히 살고, 살아내고 있는데 이럴 땐 정말 좌절스럽고 속상해서 무너진다.

그래도 나는 또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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