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틀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사준비도 해야 하고, 전학도 대비해야 하고. 큰아들과 둘째아들 졸업도 앞두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계약기간도 곧 만료되어 연말까지 쉴 계획을 하는동안 이사도 하고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싶은데 세상 만사 내 계획대로 되기가 참 어렵다. 계약직 말고 나는 최대한 오래 돈을 벌어야 하기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계획은 계획일 뿐 내 뜻대로 되는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 주변에 은근히 "엄마 혼자서 너희 키우느라 고생한다", "엄마한테 잘해야한다", "엄마가 돈 많이들겠네" 등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사실 누구보다 내 고생과 마음을 더 잘 알텐데, 자꾸 들려오는 얘기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정작 나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흐르듯이 들려오는 저런 말들이 아이들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얘기했다.
"엄마는 너희들을 위해 돈을 버는거고, 너희를 잘 키우는 게 내 역할이니까 부담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 엄마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주변 어른들이 너희를 위하고 사랑하는 방식들이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거 명심하고, 사람들이 하는 말은 우리의 보여지는 모습과 엄마를 위한 얘기지만 그게 부담으로 느껴지면 쌓아두지 말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 세상을 살면서 모든 관계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들려올거야. 그래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여건에서 너희의 선택을 응원하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할테니 걱정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엄마가 직접 얘기할게. 그때는 또 같이 얘기하고 우리가 같이 대화하고 해결하면 되. " 라고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눈앞에서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아이들이 조금 크니 점점 고마워지는 것 중에 하나는, 좋은 말 예쁜 말 보다도 건의사항이나 불편한 사항, 불만인 사항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거다. 내 청소년기를 생각해보면 저런 말들을 혼자 쌓아두고 속앓이 하지 않고 보호자인 나에게 말해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들은 엄마에게 말하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우리 아들들은 다른 건 확실하다.
매초, 매시간, 매일, 매주, 매월, 매년 내가 잘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뇌어도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수인데 이렇게 한번씩 나 잘하고 있네라는 감정을 느끼는 때가 온다. 가족이라는 방패막 아래에 우리는 각자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지,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고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더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방식대로 언제 뛰어오를지 모르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겠지.
서로에게 제일인 서로의 편, 우리는 함께 했을 때 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