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거절

나를 택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by 서쪽하늘



2월 1일부터 실업자가 된 나는 실업급여를 받아서 살고 있다. 8월 초면 끝난다. 새로운 직장을 본격적으로 알아봐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마음은 자꾸 달아나지만 현실은 이력서를 써야 한다. 퇴사 직후부터 갈 곳을 찾아보긴 했다. 그땐 그냥 어떤 곳이 있나 둘러보는 수준이었다. 그 후 수시로 구인광고를 찾아봤다. 앞자리가 6이 된 나이(60)에 이력서를 들이밀어야 하는 마음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하여튼 그렇게 여느 날처럼 보다가 오픈하는 곳이 올라온 걸 보게 됐다. 구경이나 가보자. 언니랑 나섰다. 간판도 달지 않은 새 건물이었다. 차에서 내리진 않고 천천히 눈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이사 올 집에서 얼마나 걸리나 확인했다. 아주 가깝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닐 만했다. 이력서 마감날이 없어서 그거나 물어보자 싶어 전화를 했다.






"실은 오늘 아침 요양원에 가봤어요."

"아 그러셨군요."

다녀갔다는 말에 성의 있는 분이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분은 내 생각과 마음을 듣고 싶어 하며 여러 가지를 물었다. 나는 망설임도 막힘도 없이 어느새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속이 후련하기까지 했다. 내가 지금 누구와 얘길 하고 있는지 잊을 만큼. (말이 너무 많았을까)


단지 언제까지 이력서를 접수받는지, 내친김에 나이제한이 있냐고까지만 물었는데. 나이제한에 걸렸다면 실망할 거면서. 물론 쓸데없이 이력서를 내는 소모전은 하지 않겠지만.

나이제한을 물었더니 목소리를 들으니 걱정할 정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난 목소리만 그렇다며 웃었다. 결국 대화 속에서 나이를 밝히지는 않았기에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잘린 것 같진 않다.


새로 문을 여는 곳이라 내 요양원 경력 1년 7개월은 좀 부족하다고 했다. 이해했다. 내가 겪어 본 요양원은 요양병원보다 환자에게 해주는 건 많지 않으면서 서류가 매우 복잡했다.

그 외에 혼자서 상대할 곳 해결할 것이 많을 것이다. 나의 그 외 경력은 더할 나위 없지만 지금 상황에는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연이란 게 어찌 될지 알 수 없으니 이름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 문자를 보내며 기분이 좋았다. 날 거부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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