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난리
아들에게 'SKT유심 정보 유출'에 관해 카톡이 온 건 4월 24일 목요일 오후 12시 13분. 나는 파주 언니에 와 있었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아들이 하라는 대로 했다. 그건 금요일까지 이어졌다.
주말에 아들은 유심을 교체하러 갔다며 나에게도 당장 가라고 했다. 자기는 줄을 서 있는데 103번째라며. 월요일인 28일 새벽 4시에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될 거니, 월요일이 되면 업데이트를 밤 11시로 예약하라고 했다. 업데이트가 될 때 폰이 꺼지며 그 사이 폰을 탈취할 수도 있다고. 갤러리에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사진도 지우라고 했다. 일일이 찾아서 지웠다.
아들은 문 연 곳을 찾아서 가보라고 계속 말했지만 문 연 곳이 없어 월요일 아침 일찍 가겠다고 했다. 일요일 밤 업데이트 연기를 하려고 기다리다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새벽 1시. 업데이트를 연기하고 아침 알람도 맞춰놓고 잤다. 이것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다니.
28일 월요일 아침 8시 59분에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갔나?'
'곧 가려고'
대리점은 10시에 문을 연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문 열기 전에 SKT 대리점으로 갔다. 앗 줄이다! 나는 차에서 내려 줄로 뛰어 갔고 언니는 주차를 하러 갔다. 주차하고 온 언니가 줄 맨 뒤에 서길래 앞으로 오라고 했다. 몰매 맞을 것 같다면서도 언니는 조용히 내 앞으로 왔다. 함께 와서 주차하고 온 거면 내 앞에 서는 게 당연하다. 누군가는 호들갑 떨지 말라고도 했지만 강박증 아들 때문에라도 가야 했다.
줄 서면서 방금 친해진 앞의 여자들이 말했다.
"근처 매장은 왜 문을 안 여는 거야. 저긴 앞으로 이용하지 말아야겠어!"
"이게 이 OO 대선하고 상관이 있다네요. 한 사람 바꾸는데 3천 원인데 그거 다 합하면 얼마예요. 뭐 루머긴 하지만요."
뒤에 선 여자가 혼잣말을 했다.
"저런 걸 또 믿고 전달하고 쯧쯧."
한 남자가 번호표를 안 준다며 화를 내니 직원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저희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요."
조금 뒤 직원이 번호표를 만들어와서 나눠줬다.
유심 교체하는 데 한 사람이 10분씩 걸린다고 했다. 우리는 오후 2시에 배정을 받았다. 햇빛을 받으며 줄을 서있었더니 뒷목이 어찌나 뜨겁던지.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주차 때문에 이번엔 전철로 갔다. 차로만 다니던 언니에게 걷고 전철을 타는 게 꽤 흥미로워 보였다. 도착하니 29번이 하고 있었다. 한 남자가 지난 번호를 들고 와서 해달라며 화를 냈다. 직원이 시달릴까 봐 양보해 주려고 했더니 그런 식이면 안된다며 한 시간 단위로 끊고 지난 사람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괜한 오지랖) 점심시간없이 일한다기에 뭐라도 사다 줄까 했는데 앞의 여자들이 언제 나갔다 왔는지 드시면서 하라며 직원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임무를 마친 우리는 수고하시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오후 2시 40분 아들에게 카톡을 했다. 이제 반 뻗고 잘 수 있겠다. 누구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내 '하루'가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