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콘서트를 다녀왔다. 피아니스트 손가락만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 번째 도전을 하게 될 줄 몰랐다. 다음 날은 쉬는 날이었다. 폭풍 같던 직장이 적응되니 꿈틀거렸다. 하지만 피아노는 끈기가 있어야 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번 포기했다. 방법이 있겠지. 일단 저지르자. 집을 나섰다.
이사 전부터 봐 둔 학원은 아파트 상가에 있다. 음악 학원은 두 곳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안에 있는 거울을 봤다. 염색을 미리 할걸. 학원은 나란히 붙어있었다. 복도를 걸으며 비교한 후 아이들이 덜 드나드는 곳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후 바로 입금했다. 16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첫 수업
도레미는 아시죠?
알긴 하는데...
음 그럼 도레미부터 할게요.
잘하시네요. 높은음자리표와 낮은음자리표 가 오선 여기에 그리는구나. 낮은음의 '도'는
둘째 칸에 있구나. 음악 시간에 배웠을 텐데 생소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생각이 안 나지만.
낮은음자리를 배우는데 안 외워지는 이유가 뭔가 생각해 봤다. 높은음자리에서는 도미솔이 줄인데 낮은음에서는 칸이다. 변명해 보자면 그래서 잘 안 외워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가시고 나서 혼자 연습하다가 다음 장을 넘겨보니 벌써 양손이다.
두 번째 수업
첫 수업 때는 "잘하시는데요!"를 계속 들었다. 왕초보가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냐마는.
소심한 나는 그 소리가 좋기만 하지는 않았다. 곧 못할 테니까. 매우 단순한 화음 '파솔' '미솔'
이 등장하니 이제 시작인가 싶었다.
선생님과 수업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피아노와 관련된 얘기 혹은 아닌 얘기를. 조금은 빨리 친해져서 부담을 없애고 싶다.
그날 배울 것들을 배우고 선생님은 바로 위 헬스장으로 가시고 난 혼자 남아 연습 연습. 저녁 7시의 학원은 비어있거나 드럼 치는 학원생이 한 명 있는데 얼굴은 본 적은 없다.
손가락과 손목이 좋지 않은 편인데 나의 손가락은 건반 위에서 오므려있지 않고 죄다 펴져서 어쩔 줄을 모르니 힘이 들어가서 아팠다. 걱정되어 챗지피티한테 물어봤다. 바른 자세로 치면 오히려 좋단다. 연습을 많이 하고 가야지 마음먹지만 아직은 손가락과 손목이 아파서 오래 못한다. 부담 없이 하려면 수업 있는 날만 열심히 하자 생각했는데 꾸준한 연습만이 방법이라는 댓글을 보니 수업 없는 날도 조금씩 가야겠다.
상가에서 나와 집까지 가는 매우 짧은 길을 녹음한 나의 첫 연주 '뻐꾸기'를 들으며 걸었다. 나에겐 들리지만 다른 사람에겐 들리지 않을 만큼의 크기로 틀고는. 뿌듯하네. 물론 잠깐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긴 해도. 음 여기까진 익숙한 풍경이다. 2019년에도 그랬다. 이제부터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