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둘과 선생님 한 명의 오래 달리기
100m 달리기도, 장거리 달리기도
빠르게 달리는 건 지금도 여전히 무섭다.
유년 시절 학교생활 내내 체육활동 시간은
내겐 늘 두렵고 숨찬 시간이었다.
출발선에 준비 자세로 섰을 때부터
긴장감에 심장 소리는 빨라지고,
달리기도 전에 숨이 가빠왔다.
그럼에도
가장 기분 좋고 신나게 달리던
딱 한 번의 추억이 있다.
중학교 3학년, 체력장을 하던 날이었다.
나는 선생님 옆에서 반 아이들의 체력 테스트를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운동 신경도 없는 데다
내 차례가 오면 금방 끝나버려
테스트하고, 돌아와 기록하고,
그걸 반복했다.
그렇게 무성의하게 체력장에 임했고
오후가 되어
가장 마지막으로 남은 종목은 오래 달리기였다.
시간 안에 통과하는 걸 목표로
반 아이들이 한꺼번에 출발했고,
점점 1~2명씩 뒤로 빠지면서
결국 선두 무리와
두세 개의 무리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나는
마지막 무리에서도 가장 뒤에서 달렸다.
바로 앞에서 달리던 친구에게
“같이 가자”며 손을 내밀었다.
안 될 줄 알았다.
숨은 차고 다리는 무거웠고
곧 무리에서 이탈할 것만 같아 절박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내 손을 덥석 잡는 게 아닌가.
손을 뿌리치지 않아 반가웠고
그 친구의 마음도 나와 같다는 걸
찰나에 알아챘다.
우리 둘은
점점 더 뒤로, 더 뒤로 처졌고
선두로 달리던 아이들이
오히려 우리 뒤를 쫓아오는 상황이 되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를 시간 안에 완주시키는 것이 목표였던
담임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너희 둘, 손 놔!~~”
선생님은 외치며
우리를 따라 달리기 시작하셨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하는 오래 달리기였나 싶을 정도로
끝까지 함께 달려주셨다.
누가 꼴찌고, 누가 1등인지 모를
웃픈 운동장 풍경이 만들어졌다.
오후 햇살이 운동장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고
우리는
꼴찌였던 우리가
1등이 되어 들어가는 유쾌한 상상을 하며
무리를 이끌고 달렸다.
그 짧은 순간은
내 평생 처음으로
달리기로
‘일등 같은 꼴찌’를
친구와 함께 경험해낸 날이었다.
결국
그 친구와 나는
시간 안에 완주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손을 꼭 잡은 채로
결승선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담임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지만
친구와 함께 먹은
학교 앞 떡볶이는
아주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