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도착한 봄, 후리지아 한 다발

눈에만 담았던 꽃

by 달빛모아


​평범한 하루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의 궤도를 걷고 있던 오후, 집 앞 슈퍼로 잠깐 나오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간 그곳에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봄'을 선물 받았다.
친구의 손에 들려 있던 노란 후리지아 한 다발이었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이 노란 꽃들이 너무 풍성하고 예쁘게 피어 있더라고.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

심드렁하게 건네는 그 말속에 예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이 조금 뜨거워졌다.

​사실 일주일 전, 남편과 산책을 하다 꽃집 앞에 멈춰 선 적이 있었다. 활짝 핀 후리지아를 보며 나는 잠시 발걸음을 늦췄고, 남편 역시 내 시선을 따라 꽃을 보았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이내 서로의 손에 들린 짐을 생각하며 말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찰나의 반가움은 아쉬움 뒤로 숨긴 채, 눈에 담은 것만으로 만족하며 지나쳤던 그 꽃이었다.
짧은 시선과 긴 여운이 남았던 후리지아, 덮어버린 내 마음을 대신 살펴주는 느낌.

'​살면서 무언가에 이토록 마음이 울렸던 게 언제였던가.'

​꽃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윽한 향기가 나와 함께 했다.

현관문을 열자 가족들도 환한 얼굴로 꽃을 반겼다. 식탁 위에 내려앉은 화사한 노란색이 집안의 공기를 단숨에 바꾸어 놓았다.

다들 내심 그리웠던 모양이다, 이 작은 생동감이.
​이제 곧 꽃샘추위가 지나면 노란 산수유가 팡팡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공원의 매화나무도, 목련나무도 겨우내 품어온 꽃망울을 틔우기 위해 다들 '요이 땅'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친구 덕분에 느꼈던 이 찡한 울림과 다정한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마음에도, 봄이 오기 전 그 설레는 울림이 기분 좋게 번져나가길 희망해 본다.



글벗님들, 오늘도 함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롯이 나를 챙길수 있는 틈을 만드시길,

평온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