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허전한 건 '함께 라면'이 없어서일까

라면을 끊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함께'의 온도

by 달빛모아

라면은 언제나 분주한 일상의 틈새를 메워주는 고마운 음식이었다.

어느 편의점 귀퉁이에 서서 시계추처럼 초조하게 면이 익기를 기다리던 시간들.

타인의 시선을 가림막 삼아 오로지 눈앞의 컵라면에만 집중하며 허기를 달래던 그 순간은, 내게 끼니라기보다 치열한 하루를 버텨내기 위한 짧은 '생존의 의식'에 가까웠다.


반면, 집에서 끓여낸 봉지라면은 결이 달랐다.

냄비 하나를 가운데 두고 형제와 머리를 맞대며 누가 더 많이 가져갈세라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던 밤.

김 서린 안경을 닦아가며 후루룩 소리를 내어 나눠 먹던 그 한 그릇에는, 세상 그 어떤 성찬보다 진한 '우리'라는 온기가 녹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라면은 내 식탁에서 멀어진 이름이 되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자극적인 맛을 멀리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후~ 후~ 불며 먹는 모습만 바라본다. 먹거리 조절을 하면서 몸은 건강해지고 있고 마음도 한결 편안하다.

대체로 하루의 루틴은 정갈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생겼다.


더 이상 급하게 허기를 채울 일도, 야식의 유혹을 함께 나눌 북적임도 사라진 고요한 밤.

문득 깨닫는다.

내가 그리운 것은 비단 쫄깃한 면발이나 매콤한 국물 맛이 아니었다는 것을.


라면 하나를 앞에 두고 마음을 기대었던 사람들,

"한 젓가락만!"이라며 장난스레 끼어들던 목소리,

그 사소하고도 따뜻했던 함께한 시간들이 그리운 것이다.




혼자 식탁에 앉아 나는 습관처럼 생각한다.


이토록 마음이 허전한 건,

‘함께 라면’이 없어서일까, ‘함께라면’이 먹고 싶어서일까?


내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함께 라면'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가장 맛있는 '함께(Together)'와 '라면(If/Noodle)’이 그립다.


"당신의 식탁에는 지금 누가 있나요?"
















글벗님들, 오늘도 함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롯이 나를 챙길 수 있는 틈을 만드시길,
평온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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