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올리는 일기
지친 몸을 달래러 목욕탕에 갔다. 따듯한 물로 몸을 씻고 가운데에 놓인 탕에 들어가니 절로 어으, 소리가 났다. 몸을 물 깊숙한 곳으로 욱여넣는데 옆에서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아버님 한 분이 내게 말을 건넸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의정부에 사는지. 나는 잠시 학교 때문에 이곳에서 거주 중이라 말했고 그는 빈말이라도 이쁘장하게 생긴 학생이 의정부에 오게 되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굉장히 이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다가도 뒤에 행복하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갑자기 비가 온 날, 비를 맞으며 가는 청소 아주머님에게 우산을 씌워드렸을 때도 학생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요즈음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것 같은데 그 말을 버릇처럼 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고 본받고 싶었다. 내 입버릇은 집에 가고 싶다, 피곤하다, 눕고 싶다. 이런 부정적인 말들이 전부인데. 그들에겐 그저 입버릇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걸 보면 굉장히 영향력이 있는 말인 것 같다. 이제 나도 그 말을 입버릇으로 삼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