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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오 Oct 06. 2022

헛간을 태우다

  캄캄한 밤이었다.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잠에서 깬 우정은 눈을 비비며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막 태어나 쭈글쭈글한 아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있었다. 우정은 곧장 눈을 부릅뜨고 엄마의 옆으로 기어갔다. 드디어 내게도 동생이 생기는구나. 엄마는 땀을 흘리면서도 아기를 품에서 놓질 못했다. 우정은 자신의 잠자리로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의 짚을 끌어모아 벌거벗은 엄마와 동생의 위를 덮어주었다. 울다 지쳐 눈을 감은 동생을 보자 우정도 텅 빈 잠자리로 돌아갔다.


 우정도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을 때 헛간의 조명이 켜졌다. 헛간에 누운 인간들은 모두 신음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을 켠 주인 소가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

 “인간 주제에 내 잠을 깨운 녀석이 누구야?”

 소의 외침에 아기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기가 울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사람들이 아기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주인 소의 질문에 모두 침묵했다. 주인 소가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또 잠을 깨우면 사료를 줄일 거라고 협박했다. 사람들이 네, 하고 짧게 대답하자 그는 조명을 껐다.


 “이제 어쩌죠? 저 자식이 아기가 태어난 걸 알면 곧장 시장에 팔아넘길 거라고요!”

 한 아주머니가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녀의 아이도 태어난 지 하루 만에 팔려 나갔으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그녀가 짚 아래에 손을 짚어넣었다. 손을 빼자 말라비틀어진 탯줄이 나왔다. 그녀는 탯줄을 꽉 쥐더니 내가 동물 보호법만 개정하지 않았더라면……하고 중얼거렸다. 우정은 고개를 돌려 동생은 꼭 지키겠다며 주먹을 꽉 쥐었다.


 주인 소가 종을 연신 쳤다. 우정은 몸을 뒤척이다 울타리 앞에 줄을 섰다. 각자 그릇 앞에 말간 죽이 놓였다. 엄마는 힘겹게 아이를 재우고 줄 끄틀머리에 섰다. 그런데 엄마가 가장 후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릇에 죽이 고봉으로 쌓였다. 엄마는 자신의 그릇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변 사람들도 씹는 걸 멈추고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주인 소가 많이 먹으라고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는 몸을 떨더니 그의 손을 깨물었다. 그가 음메, 하고 비명을 지르다 헛간 안으로 자빠져 넘어졌다. 그 틈으로 우정이 그의 발굽에 쥐어진 열쇠를 뺏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이용해 굳게 잠긴 문을 열었다. 그러자 하나둘씩 헛간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우정이 다시 문을 잠그려는 찰나,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정은 곧장 동생에게 달려가 그를 껴안고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엄마는 주인 소에게 발목을 붙잡혀 몸싸움을 하고 있었다. 엄마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하자 큰 뿔이 엄마의 손을 관통했다. 엄마는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먼저 가라고 소리쳤다. 둘의 몸싸움에 지붕이 흔들렸다. 그 탓에 조명이 그녀의 옆으로 떨어졌다. 엄매는 그 조명을 주워 들었다.

 “이런 속박, 없어져야 해.”

 조명을 짚더미로 던지자 유리가 깨지면서 불길이 일었다. 우정은 발걸음을 주저하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헛간에서 뛰쳐나왔다.

 점점 불길이 커져갔지만 둘의 비명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우정은 울음을 터뜨리는 동생을 고쳐 안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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