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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Mar 31. 2024

폭력에서 탈출하기

  아래층에서 부부싸움을 하는지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공동주택의 단점이다. 남자의 언성이 높아지고 여자는 울음소리가 커졌다. 여자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오자 남자가 뒤따라 나오며 여자를 끌고 들어갔다. ‘사람 살리라’는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나가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의 규율과 법규로 폭력을 막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오해와 질투가 도처에 널려 있어 폭력을 피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폭력성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층 부부와 같이 어쩌면 창세기에 나오는 초석적 살인을 한 ‘카인과 아벨’처럼 모든 폭력의 불씨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본다.

  예전에 검도장을 운영할 때 가끔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검도를 배우러 왔고,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들도 왔다. 난 그들에게 호신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그렇게 일 년 정도 호신술을 가르치면 처음에는 고개도 못 들던 아이들이 자신감이 생겨 눈빛이 반짝반짝 살아난다.

  대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공통점이 있는데 위축되어 자존감이 낮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말을 할 때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듯, 몸이 망가지면 마음도 망가지기 때문이다.  

  가족이든 그 누구든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시비를 걸어오면 피하지 말고 싫으면 싫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설사 그것이 장난이라 해도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도 계속 괴롭히면 따끔하게 경고하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는 정면으로 부딪쳐 다시는 무례하게 굴지 못하게 액션을 취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나만 참으면 그만이란 생각에 희생양이 되지 말고 제대로 갚아줘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다시 건들지 않는다.

  모든 폭력에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다. 폭력을 쓰는 사람도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도 모두에게 생채기가 남기는 마찬가지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폭력을 쓰는 일은 없다. 폭력을 쓰는 사람은 열등감에 자신의 영혼을 저당 잡힌 사람이고, 자존감도 낮다고 보면 된다.

  일단 폭력과 맞서려면 똥물을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한다. 똥물의 역한 냄새가 오래가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 어지간하면 폭력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폭력과 마주하게 된다면 절대로 두려워하거나 숨어서는 안 된다. 폭력을 쓰는 사람은 습관이므로 폭력 뒤에 숨으면 절대로 그 폭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떤 폭력이든 그 폭력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고, ‘너도 죽고 나도 죽자’의 자세로 목숨을 내놓고 폭력과 사워야 한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덤비는 자를 이길 방법은 없다.

  아무리 힘이 세고 무자비한 사람도 집중해서 상대를 보면 허점이 보인다. 침착하게 상대의 눈을 보며 동선을 살피고, 힘으로 안 되면 머리로 싸워야 한다. 큰 둑도 작은 쥐구멍 하나 대문에 무너지듯, 큰 나무도 결국엔 뿌리는 땅속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겁먹지 말고 상체보다 하체를 공격한다. 이것이 폭력에서 탈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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