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

by 루아 조인순 작가

긴 여행에서 돌아와 엘베 앞에 섰다. 좀 있으니 앞 집 부부가 왔다. 그런데 이 부부는 인사를 건네도 받는 둥 마는 둥하고 서로 날이 서 있었다. 결국 부부는 내가 있는 것도 잊었는지 엘베 속에서 고성이 오갔다.

엘베 속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남자가 나를 의식하고 여자에게 그만 하자고 했다. 미안하다고. 여자는 뭐가 미안 하느냐고 되물었고, 정말로 미안한 것을 알고나 하는 말이냐고 따졌다. 남자는 다시 열이 받는지 얼굴이 벌게졌다. 남자의 화법에 문제가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이처럼 다르다. 먼저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관심도 다르고, 인생의 길을 걷는 것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왜? 신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니, 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앞 집 부부처럼 말다툼을 한다고 하면,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남편은 대뜸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럼 아내는 육하원칙이 아닌, 다섯 가지 원칙으로 묻는다. 언제, 어떻게, 무엇이 어째서, 왜 미안한지. 마누라의 말을 들은 남편은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현실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뭉뚱그려서 그냥 다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남편은 매를 삼태기로 버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지게 얻어터지는 날이다. 연인끼리도 같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내는 그만 열 폭하고 만다. 남편의 미안하다는 말에는 진심이 들어 있지도 않고, 과정도 들어 있지 않을뿐더러, 불편한 현실을 빨리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내의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남자에게 크고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러이러해서 정말로 미안하다고 아내의 눈을 보며 진심으로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남자는 그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여자는 감정 이입과 함께 일의 과정이 중요하고, 남자는 감정 따위는 관심도 없고, 일의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수인 친구는 어느 날 강의실에서 강의에는 관심도 없고 폰만 보는 남학생에게 물었다고 한다.

-학생은 관심사가 뭔가?

-섹스요!

-그거 말고 다른 것.

-섹스요.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이골이 난 친구가 그 상황을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그건 본능이고. 본능 말고!

-없는데요!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겠지만 그때 친구는 강의를 하다 말고 교재로 그 남학생 뒤통수를 갈겼다고 했다. 머리에 똥만 들어있는 남자는 여자들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처럼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물론 자상한 남자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남자들은 긴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의 문화가 그렇다. 남자는 입이 무거워야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들의 평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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