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핀 민들레꽃이 어느새 하얀 홀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간다. 새들이 군무를 하듯 바람을 따라 하늘 높이 눈처럼 민들레 홀씨들이 날아가고 있다. 홀씨 하나가 날아와 길을 걷는 내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내려앉는다. 나는 그 홀씨를 흙이 있는 곳에다 내려놓았다. 내년이면 또다시 노란 민들레가 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스승이라는 존재는 꼭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이든, 사물이든, 식물이든 나를 스쳐간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내겐 스승이었다. 기쁨은 기쁨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어느 것 한 가지도 내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없었다. 나를 건드리고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는 이 세상 모든 것이 곧 나의 스승이었다. 그 모든 것은 나를 더욱 단단하고 견고하게 빚어 성장시켰고, 세상과 어울러 사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성장에는 고통이 따르듯 작은 나무가 자라 큰 나무가 되려면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어야 한다. 먼저 햇볕을 잘 받아야 잘 자랄 수 있다.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지 않도록 병충해와도 싸워야 한다. 태풍과 천둥 번개도 견뎌야 하고, 매서운 추위에도 견뎌야 한다. 주위의 나무들과도 보이지 않은 경쟁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나무도 이러한 고통을 겪는데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나는 혼자서 힘들게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애가 강했다. 친구들이 힘들다고 하면 부모님 밑에서 편하게 인생을 시작하는 부르주아가 감사할 줄 모르고 무슨 불평이 그렇게 많으냐고 질책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나를 성장시킨 것은 바로 나를 스쳐간 인연들이었고, 나를 괴롭힌 것들이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어떤 인연도 내가 영향을 받지 않은 인연은 없었다. 비록 시절 인연이 다해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아도, 그들의 영향을 받아 오늘의 내가 있다. 결국 그들 모두는 나에게 고마운 스승인 셈이다.
사진 장기택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