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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by 루아 조인순 작가

봄이 되니 산과 들에 어른들이 봄나물을 뜯느라 바쁘다. 산은 청정지역이라 괜찮은데 개천과 길가는 좀 그렇다. 벚꽃나무 아래 개똥도 있고, 쓰레기도 많은데 거기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이 쭈그리고 앉아 달래와 쑥, 돌미나리를 캐느라고 정신이 없다. 비닐봉지가 묵직하다. 이런 곳에서 쑥을 뜯어 섭취하면 안 된다고 안내를 해도 소용이 없다. 새싹이라 괜찮다고 한다. 아니라고 해도 역정을 내시니 포기했다.


예전에 길에서 할머니들이 쑥이며 달래, 냉이를 팔고 계시면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할머니 생각도 나고 측은지심이 생겨 사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이 먼 거리를 이동해 청정지역에서 쑥을 캐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길가나 개천가가 전부가 아니겠는가. 그런 것을 사다가 가족의 건강을 위한다고 국을 끓여 먹였으니 얼마나 우매하고 어리석은 일인가. 어리석은 데는 약도 없다고 했는데 내가 딱 그랬다.


여인들이 봄이 되면 봄나물을 뜯고, 남자들이 퇴근해 집으로 오는 길에 무엇이든 사 가지고 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바로 우리들의 선조인 조상님들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동을 하며 수렵 채집과 사냥을 하며 살았다. 여자들은 아이들을 돌보며 수렵 채집일 하고, 남자들은 사냥을 했다. 그러한 선조들의 DNA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무의식 적으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산이나 들을 지나다가 나물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것들을 뜯고 싶어 진다. 오늘도 산에서 할머니들이 다래 순을 따는 것을 보고 나도 따올까 뭐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잘 먹지도 않은 나물들을 보고 욕심이 생기는 이유가 다 선조들 때문이라니 신기하다. 몇 천 년을 진화를 거듭해도 그 DNA가 남아 있으니 말이다.


남자들도 퇴근 후 무엇인가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것은 그 옛날 사냥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한다. 사냥에 성공해 돌아오는 길은 왁자지껄하다. 남성의 힘과 능력을 부족의 여자들에게 보여주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물론 사냥에 실패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날에는 여자들이 채집한 것을 먹으며 기가 죽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 사는 사람도 퇴근하면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다. 사 오지 말라고 해도 쓸 때 없는 것들을 주렁주렁 사 가지고 온다.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밤 12시가 넘어 술에 취해 들어오면서 통닭을 사 오는 것이다. 배가 고파야 잠을 자는 나는 그 통닭 냄새가 고통스럽다. 따뜻할 때 한 입만 먹었으면 좋겠는데, 늦은 밤에 먹을 수도 없고 통닭 냄새가 밤새 잠을 설치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안 전체가 통닭 냄새로 가득하다. 환기를 시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식은 통닭은 전자렌즈에 데워도 그 맛이 안 난다. 다시는 밤에 통닭을 사 오지 말라고 해도 약주만 마시면 무엇이든 사들고 오는 이유가 선조들 때문이라니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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