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같은 엄마
얼굴은 백지처럼 하얗고
몸은 먼지보다 더 가벼워
오랜 병고의 세월을 끌어안고
잿빛 구름을 타고
눈보라 속으로 떠나간다.
동백꽃 한 송이 움켜쥔 엄마
떨어지는 꽃잎을 본 어린 딸은
그 많은 세월을 보내면서도
상처가 너무 깊어
기억 속의 엄마를 묶어
심해보다 더 깊은 심연에 가둔다.
열 개의 구슬을 품고 떠난 엄마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딸은
바다처럼 깊고 푸른 슬픔이
꾸역꾸역 목까지 차올라도
멈춰버린 유년의 시간을
아직도 꺼내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