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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의 벚나무

by 루아 조인순 작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나무의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르지만

고령에 가까워 보이는 벚나무


운동장을 묵묵히 내려다보고 서 있어

사람들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

그 앞을 지나갈 때는

어른을 대하듯 공손해진다.


겨울이면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죽음보다 더 깊은 잠을 자고 있어

머리에 이고 있는 까치집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봄이 오면 나이를 잊고 회춘해

세월이 새겨놓은 주름 계곡에

곱고 예쁜 벚꽃을 탐스럽게 피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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