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by 루아 조인순 작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사람은 누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세월을 흘러 보내면서 겉모습은 성장과 함께 성숙함을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공허와 함께 자신이 걸어온 길과 과거 속에 잠겨 추억을 하나씩 먹고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일정한 부자유(不自由)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가끔씩 외롭고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내 인생길에 잠시 쉬어가는 간이역일지도 모른다고요. 내 청춘의 모든 흔적들을 남겨두고 세월이 흐른 먼 훗날 빛바랜 기억 속 서랍에서 추억을 하나씩 꺼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인생에 스쳐 지나간 간이역 곳곳에 아름다운 흔적들을 남겨두고 현실의 삶 속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과거 속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봅니다. 인자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젊으신 부모님과 어린 나와 형제들, 그리운 동무들이 반겨줍니다.


밤이면 너그러우신 할머니 곁에서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들고. 풋풋하고 젊으신 부모님은 어린 자식들 챙기느라 바쁩니다. 형제들과 편을 나누어 노는 것도 재미있고요. 동무들과 산과 들을 누비고 다니며 뛰어놀던 고향의 뒷동산과 넓은 들판과 오솔길, 논독길도 그립습니다.


오늘도 내 인생길에 스쳐 지나간 시간 속 간이역에 추억 하나 남겨두고 떠나옵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고통이든, 슬픔이든, 아픔이든 먼 훗날에 꺼내 보면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보면서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미소 짓게 될 테니까요.


이처럼 과거 속 박제들은 우리의 삶 속에 음각되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고통과 상처까지도 곰삭게 하며 모두가 아름다운 한편의 서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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