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고 가는데 골목길에서 비둘기들이 길가에 떨어진 먹이를 주워 먹느라고 길을 비키지 않았다. 무슨 똥배짱인지 빵빵대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살아있는 생명이라 그냥 치고 갈 수가 없어 한참을 기다렸다. 그래도 비키지 않아 차에서 내려 비둘기들을 훠이훠이 쫓아내고 간신히 지나갔다.
녀석들이 몸이 비대해 날지도 못하고 사람이 쫓는데도 빤히 쳐다보고 뒤뚱거리며 천천히 간다. 꼭 약을 올리는 것 같아 살짝 열이 받는다. 언제부터 이렇게 새들이 차를 무서워하지 않았단 말인가. 사람들도 가끔 차가 지나가는데 본체만체하고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비둘기들까지 그러니 어이가 없다.
전에도 친구와 공원에서 김밥을 먹는데 비둘기들이 옆에 와서 김밥을 나누어 주기를 기리고 있었다. 친구가 불쌍하다고 김밥을 주려고 해서 주지 말라고 했다. 게을러터진 녀석들이 여름이라 지천이 벌레들인데 직접 노력해 잡아먹을 생각은 안 하고 편하게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나 노리고 있어 괘씸했다.
물론 사람들이 녀석들을 버려놓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 편안함에 안주해 살면서 몸이 비대해 잘 날지도 못하고, 새의 본분을 잃어버렸으니 어찌 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새들의 망신이라고 했더니, 친구는 김밥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까지 거창하냐고 깔깔대고 웃는다.
까치들도 아파트주변에 집을 짓고 살지만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쉽게 받아먹지 않는다. 잡식성이라 농작물인 매운 고추까지 먹어치워 얄밉기는 해도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주변으로 몰려들지 않는다. 그리고 비둘기들처럼 몸이 비대하지도 않다.
가끔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혹시,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사자는 자신의 새끼를 절벽 아래로 던져 살아남는 새끼만 키운다. 이처럼 야생의 세계는 먹고 먹히며 강자만 살아남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인간의 세계도 별로 다를 게 없는데 야생의 세계야 오죽하겠는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면 애당초 얄팍한 선심 같은 것은 쓰지 말아야 한다. 진정으로 동물들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도태설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립공원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면 벌금형에 처한다. 이유는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 호성초등학교 울타리에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플래카드를 걸어놓아도 소용이 없다. 녀석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은 신경도 안 쓴다. 먹이가 부족한 한겨울이라면 이해한다. 그러나 봄부터 가을까지 벌레가 많아 사람도 괴롭지만, 가축과 농작물도 피해를 본다. 이처럼 먹이가 풍부한 계절엔 먹이 주는 것을 자제했으면 한다.
길에서 쉽게 보는 비둘기는 전통 멧비둘기가 아니고, 집에서 키우던 비둘기가 과잉 번식으로 도시에서 무리 지어 산다. 문제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도시의 따뜻한 곳에 터를 잡기 때문에 건물의 부식이 생겨 심각하다.
유럽에 가보면 건물에 비둘기가 앉지 못하게 바늘 침을 박아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야박해 보이지만 건물의 부식도 막고, 비둘기의 배설물이 묻지 않아 미관상 깨끗해 보기도 좋았다.
조류학자에 의하면 새들은 땀구멍이 없어 비듬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특히 도시에 사는 비둘기들은 씻을 때가 없어 비듬이 더 많다고 한다. 비둘기가 보이면 쫓지 말고 살살 그냥 지나가야 한다. 날아갈 때 비듬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호흡기에 좋을 것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녀석들이 차가 지나가도 잘 날아가지 않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물론 날지 못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과식해 몸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길들여진 비둘기들이 가까운 곳에 산이 있어도 가지 않고 사람이 사는 아파트주변에 모여 산다. 비대한 몸으로 날지도 못하고 뒤뚱거리고 가는 모습은 한마디로 게으름의 극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