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서 말 이가 서 말

by 루아 조인순 작가


손톱을 깎다가 너무 바짝 깎아 손톱 밑에 상처가 나서 몹시 아프고 쓰라렸다. 붉은 선혈이 방울방울 맺힌다.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니 기억 저편에도 손톱을 바짝 깎아 아파서 몇 날을 운 적이 있었다. 지금은 편리하게 손톱깎이로 손톱을 쉽게 깎지만 어린 시절에는 없었다. 모든 물자가 귀하던 그 시절에는 가위로 손톱을 깎았다.


엄마의 반짇고리 함에는 천을 자를 때 사용하는 보기에도 무섭고 위협적인 시커멓고 큰 재단 가위가 있었다.

엄마는 그 무시무시한 가위로 우리 형제들의 의복을 만들어 입히기도 하고, 손톱과 발톱 내지는 미용에도 그 가위를 사용했다. 가위가 안 들면 숫돌에 쓱쓱 갈아서 썼다. 가위가 맥가이버 칼처럼 요긴하게 쓰이던 시절이었다. 우리들도 그 가위를 엄마 몰래 사용했고, 혼자서 사용하다가 손을 다치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가 떠나시고 그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내 손을 보시더니 흉측하게 자란 손톱을 보고 가위로 깎아 주셨다. 손톱을 너무 바짝 깎아 손톱 밑에서 새빨갛고 진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아버진 기겁을 하시고, 나는 너무 아파 죽어라 울어댔다. 발을 동동거리고 울어 방바닥엔 여기저기 앵두같이 작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우는 나를 쳐다보고 계시던 아버지는 손가락 끝을 거즈로 꽁꽁 싸맸다. 싸맨 손가락 끝은 봉선화 꽃물이 드는 것처럼 선홍빛으로 벌겋게 번져갔다. 나는 무섭고 아파 며칠을 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과부 집에는 쌀이 서 말, 홀아비 집에는 이가 서 말’이라는 말은 우리 집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손톱만 깎으려고 하면 무서워서 떼를 쓰고 울었다. 얼마 있다가 아버지가 시장에서 손톱깎이를 사 왔다. 그때는 표준어보다는 방언을 사용했는데 쓰메키리라고 했다. 아버지가 시범을 보이시며 아프지 않다고 안심을 시켰고, 우리는 그 손톱깎이 덕분에 손톱을 무사히 깎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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