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들녘

by 루아 조인순 작가


새벽 들녘에 섰다.

들녘은 뿌연 연무가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온몸이 눅눅하게 젖는다.

바람은 고향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며 지나간다.

논바닥에 물은 가볍게 찰랑댄다.

벼들이 조금씩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영롱한 이슬이 벼 잎에 맺혀 그네를 탄다.

이슬 속에 우주가 손을 흔든다.

촘촘하게 쳐진 거미줄에

아무것도 걸린 게 없다.

녀석은 오늘 조찬은 굶어야 할 것 같다.

사마귀는 벼 잎에 앉아

꼼짝도 안 하고 죽은 듯이 먹이를 기다린다.

새벽의 들녘은 촉촉하고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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