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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Jan 31. 2024

편안함에 대하여

  편안함이란 아기가 엄마 품에서 새근새근 잠드는 것과 같다. 우린 집에 있으면 옷을 편안하게 입는다. 집에서 굳이 불편한 옷을 입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를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이 불편하지 않으면 된다. 편안함이란 상대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고, 조금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해도 왠지 봐줄 것 같고, 쉽게 말해 깍듯이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되며, 상대에게 동화되는 것이다.

  우린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산다. 그중엔 편안한 상대도 있고, 예의를 차려야 하는 불편한 상대도 있다. 예를 들면 정장을 입고 나가서 만나야 할 사람이 있고, 추리닝을 입고 만나는 사람이 있듯이 친구든 지인이든 사람마다 포맷이 다른 것이다.

  필자도 친구 중에 유독 자주 만나는 친구가 있다. 그녀를 만날 때는 편한 복장으로 가며 우린 중간 지점에서 만나서 서로 얼굴을 보고 씽긋 웃고 커피숍까지 말없이 걷는다. 연인들처럼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그냥 걷는다.

  그리고 카페에서도 서로 말이 없다. 조용히 커피만 마신다. 소통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되기에 누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서로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삐지거나 화를 내지도 않는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휴대폰만 본다. 왜? 와이파이가 돼서. 남들이 보면 싱겁겠지만 우린 그게 편하다. 헤어질 때도 말없이 나와서 커피숍 근처에 있는 야산을 손잡고 한 바퀴 돌고 헤어진다.

  이처럼 오랜 세월 혹은,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대에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스며들어 상대가 하는 몸짓 언어와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그러므로 상대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만나서 소통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되며,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거시기아니면 있잖아내지 그거로 통한다. 그게 바로 편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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