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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이떠중이 어원

by 죽계

어중이떠중이 어원


하나의 명사이지만 두 개의 낱말이 붙어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우리말 중에 ‘어중이떠중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여러 방면에서 모여든, 탐탁하지 못한 사람들을 통틀어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하면서 有象無象과 같은 뜻이라고 설명한다. 유상무상은 불교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것인데,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 현상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그 뜻이 확대되어 ‘어중이떠중이’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는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전에서 다시 ‘어중이’를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을 설명해 놓고 있다. 하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아니하며 태도가 분명하지 아니한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어 쓸모가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라고 했다. ‘떠중이’에 대해서는 아예 설명이 없다. ‘어중이’에 대해 별로 쓸모가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라는 설명은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어중이떠중이’라고 할 때는 ‘이놈 저놈(이놈은 말하는 이에게 가까이 있거나 말하는 이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삼인칭 대명사이고, 저놈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로부터 멀리 있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삼인칭 대명사이다)’, ‘떼나 개나(윷놀이서 유래한 것인데, 떼는 가장 낮은 수인 도이고, 개는 두 번째로 작은 수)’, ‘개나 소나(개도 소도와 비슷한 뜻으로 하찮은 짐승 정도의 뜻으로 쓰였다)’, 우수마발(牛溲馬勃-질경이와 말불버섯으로 아주 흔해 빠진 것들이라는 뜻, 소 오줌과 말의 똥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임), ‘아무나, 혹은 누구나’ 정도의 정서를 표현할 때 주로 쓰는데,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과연 맞는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어중이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로 말미암아 이것이 ‘어중(於中)+이’에서 왔다고 보아 ‘가운데에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떠중이’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그저 앞의 표현에 운을 맞추기 위해 갖다 붙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이놈 저놈’과 비슷하거나 같은 뜻, 혹은 그런 느낌으로 어중이떠중이’를 쓴다면 ‘떠중이’는 ‘저놈’에 해당하는 말이 되어야 하므로 ‘어중이’와 같은 수준에서 의미상 대칭을 이루는 말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떠중이’를 운을 맞추기 위해 그냥 붙인 것이라는 설명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중이’부터 살펴보자. 이것은 ‘어중+이’의 형태인데, ‘어중’의 어원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어원 풀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말에서는 ‘어중’의 어원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것은 한자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어중’이란 말이 ‘이놈’, ‘개나’, ‘질경이(牛溲)’ 정도의 뜻, 혹은 어감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으로 볼 때, 이것은 ‘흔해 빠진,’ ‘막돼먹은’, ‘보잘것없는’ 정도의 어감으로 되어서 잘 나지도 못하고 조직력도 없으며, 잡스럽게 모여 있는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이 된다.


한자 표현 중에서 이런 용도로 쓸 수 있는 가장 합당한 말이 바로 ‘오중(烏衆)’이다. ‘오중’은 오합지중(烏合之衆), 혹은 오합지졸(烏合之卒)의 줄임말인데, ‘까마귀 떼처럼 무질서하게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시적이면서 조직적이지도 못해서 매우 하찮거나 보잘것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다. 이 표현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존재나 사람 등에게 주로 쓰는데, 얕잡아보면서 낮잡아 부르는 것이 된다. 이런 뜻을 가지는 ‘오중’이란 표현이 의존명사이면서 사람을 예사롭게 일컫는 ‘이’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 바로 ‘어중이’인데, ‘오중이>어중이’로 변화되면서 현재의 표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말에서 ‘ㅓ’와 ‘ㅗ’의 넘나듦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므로 ‘어중이’는 ‘하찮거나 보잘것없는 사람, 혹은 그런 사람들’이라는 뜻이 된다.

‘어중이’를 한자와 우리말의 합성어라고 한다면 ‘떠중이’도 같은 방식의 말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떠중이’는 ‘어중이’와 대칭적이거나 비슷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 이러한 용도에 가장 합당한 것으로는 다중(多衆)을 꼽을 수 있다. 이 말은 ‘많은 사람’이라는 뜻을 기본으로 하는데,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위해 모였거나 폭행, 협박, 손괴(損壞)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집단적인 힘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모인 집단으로 일반 사람들에게는 별로 탐탁지 못한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

‘다중’에 ‘이’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다중이’가 전설모음인 ‘ㅣ’앞에서 모음 역행동화를 일으켜서 ‘더중이’로 되었다가 이것이 다시 된소리로 바뀌는(硬音化) 현상을 통해서 ‘떠중이’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떠중이’는 ‘어중이’보다는 약간 나을지 모르지만 그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어중이’와 ‘떠중이’는 차별성이 있으면서도 거의 비슷한 사람이라는 뜻 되어 대칭적으로 쓰이기에 아주 적합한 표현이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어중이’에 대해,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풀이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란 것으로 풀이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그래야만 ‘여러 방면에서 모여든, 탐탁하지 못한 사람들을 통틀어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어중이떠중이’에 대한 풀이와도 올바르게 연결되면서 앞뒤가 잘 들어맞는 것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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