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new)라이트의 올드(old)한 생각

윤석열 정부의 아이러니

by 김희원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여,

“대한민국 국민 5천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얘기하는 국민 주권론이라는 것은 주권의 소재와 행사를 구분하고 있다...... 뒷부분에 얘기하는 것처럼 국민이 주권을 소유하지만, 주권을 직접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위 발언 중, 앞에서 언급한 “대한민국 국민 5천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이슈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가로서 내가 좀 더 관심이 가는 워딩은 그 뒤의 발언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에서 얘기하는 국민 주권론이라는 것은 주권의 소재와 행사를 구분하고 있다...... 뒷부분에 얘기하는 것처럼 국민이 주권을 소유하지만, 주권을 직접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뉴라이트들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인식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고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견해(특히, 뒤의 발언)를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참고로 위 글에서 인용될 헌법재판소 판례는 “헌법재판소 1989. 9. 8 자 88헌가6 결정”이다. 위 헌재 판례는 직접적으로는 선거제도와 관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김영호 장관이 주장하는, “국민이 주권을 소유하지만, 주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얼마나 구시대적 발상에서 기인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논거가 될 것이다.




형식적 국민주권이론


형식적 국민주권이론은 주권의 보유자인 “국민”을 추상적 국민으로 보아, 국민에 의한 주권의 직접적인 행사를 부정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형식적 국민주권이론에 대하여, 시대착오적인 구시대적 유물에 불과함을 명확히 한다.


“국민에게 주권의 보유만을 인정하고 그 행사를 부정하는 형식적인 정치용 국민주권론은 이념적 통일체로서의 추상적 전체국민을 주권자로 보려는 자연법적 이념성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념만을 명분상 주장하는 것은 허구적 이데올로기 내지 환상으로 이용되는데 그칠 수 있다.”
“형식적 국민주권론은 서구 민주주의 발달 초기 이래 항상 차등 선거제도로 선거법이라는 매개수단을 통하여 국민의 실질적 참정권을 제한함으로써 이른바 구시대적 고전적 대표제 또는 순수대표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과거 형식적 국민주권이론 하에서는 국민을 무능력한 주권자로서의 지위로 전락하게 하였다.”
“형식적 주권이론은 선진민주국가의 민주주의 발달 초기 이래 꾸준히 국가권력의 조직원리로써 크게 영향을 미쳐왔고, 오늘날까지도 기초이론으로 원용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이 형식적, 명목상 국민주권론이 학계와 정계 및 일반인의 통념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이는 한마디로 민주주의 자체의 이념인 만큼 정치적으로만 이용되는 폐단이 많았고 그 현실적인 문제점이 정확히 파헤쳐지지 아니한 채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정치적으로 오도되고 강권정치의 수단으로 운용되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이로 인하여 민주주의 자체의 본질에 관련되는 정치적 사회적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였기 때문에 그 모순성과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국민이 실질적인 주권자로서 민주정치를 구현하는 실질적인 국민주권론이 현대 민주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서 연유된다.”


이와 같이 형식적 국민주권이론은 서구 민주주의 발달 초기 하에 발달되어, 현재는 사실상 폐기되어, 헌법 교과서에서 주권이론의 변천의 역사라는 챕터에서 간단히 소개되는 정도에 불과한 이론이다.




실질적 국민주권이론


이러한 형식적 국민주권이론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실질적 국민주권이론이다.


실질적 국민주권 하에서 ‘실질적 국민’은 형식적 국민주권에서의 ‘추상적 국민’과 달리, 의사능력을 가지고 주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다.

실질적 국민주권에서는 주권의 소유와 행사가 분리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현재 우리 헌법 질서 하에서 채택되고, 지향되어야 하는 것은 형식적 국민주권이론이 아니라, 실질적 국민주권이론임을 명확히 한다.


“가능한 한, 주권의 보유와 행사를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국민주권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 되도록 권력과 인권, 주권과 자유의 필연적 상관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에 부합하는 타당한 헌법해석을 하여야 한다.”
“전체국민이 진정한 주권자가 되기 위하여는 이 전체국민이 국가의 최고 의사의 결정권을 단순히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정권을 구체적으로 행사까지 하여 실제로 국가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대적 대표제에 있어서는 구시대의 권력독점적 순수대표제와는 달리 민의반영을 최우선 과제로 반(半) 정도만 국민의 대표가 일을 하고 반(半) 정도는 국민의 민의가 정치에 반영된다는 이른바 반(半)대표제 또는 반정도는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한다는 의미의 반(半)직접제로 확립되고 있는 것이 현대 서구민주국가의 국민대표제의 실상이다.”
“헌법의 해석은 헌법이 담고 추구하는 이상과 이념에 따른 역사적, 사회적 요구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헌법적 방향을 제시하는 헌법의 창조적 기능을 수행하여 국민적 욕구와 의식에 알맞은 실질적 국민주권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이 실질적인 주권자로서 민주정치를 구현하는 실질적인 국민주권론이 현대 민주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우리 헌법이 실질적 국민주권론의 원칙을 우리나라의 최고 기본원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 서구민주국가, 그리고 우리 헌법은 실질적 국민주권이론을 지향하며, 주권의 보유자인 국민이 주인으로서 그 주권도 직접 행사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아 발전해 나가야 함을 밝히고 있다.




현대 서구 민주국가와 우리의 민주질서는 주권의 보유자인 국민이 직접적으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고, 현재도 나아가고 있다.


정당제도, 그리고 그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운영될 것을 요구하는 정당법상의 규정들.

현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행 중인 주민발안, 주민소환 제도.

시민단체 및 이익단체 등의 활동을 통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가 작동되는 과정에서, 다소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지향점은 명확하다. 주권의 보유자의 의사를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며, 나아가 그 보유자가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뉴라이트의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구시대 유물일 뿐만 아니라,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생각이다.


위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국민이 주권을 소유하지만, 주권을 직접 행사하지는 않는다”는 발언이 초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행되었던 제한 선거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위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및 뉴라이트가 국민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 및 직접 민주적 요소를 지양하며, 철저한 대표제 또는 대의제에 입각한 정치, 주권의 보유자와 행사자를 구분하는 정치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인 실질적 국민주권이론을 지향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은 이러한 헌법의 기본 원리인 실질적 국민주권이론을 지향하면, 무정부 상태에 이른다고 하여, 사실상 위 헌법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러한 기저에 깔린 사고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거리없이 피력하는 그들의 오만과 무지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반헌법적이며, 반자유민주주적인 세력의 척결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에서,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자의 척결을 기치로 삼는 윤석열 정부에서, 그들이 행정부의 주요 요직 및 수장을 맡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역사를 좋아하는 변호사가 보는 우리 사회·정치의 세태. 변호사 김희원.


cf) 원 출처만 밝히시면, 얼마든지 퍼 나루셔도 상관하지, 아니 오히려 권합니다. 제가 글을 쓴 이유는 생각의 공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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