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땡 퇴근은 이유 없이 죄인이 된다.

꼬리 흔드는 여우와 꼬리 없는 곰탱이가 만나면?

by 김파랑


‘군더더기 없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


그 당시 나는 누구나처럼 어여쁘고 반짝반짝 빛나는 20대의 갓 성인이 된 여자였다. 물론 3년의 수험생활 끝에 조금 날것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 그늘이 지기까지는 1개월이 채 안 걸렸다.


왜냐하면 나는 퇴근을 해도 귀신숙소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조차 혼자서 움켜쥐고 밤을 보내야 했다.

그러기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빨리 쉬어버렸다.


마음에는 점점 어둠이 깔리고 긍정 따위는 개나 줘버린 듯한 어둡고 경직된 얼굴로 변해갔다. 이 시대가 변하는 속도에 맞춰 아주 빠르게..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딱 나를 위해 탄생한 말 같았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내 살길을 찾는다. 집배원 아저씨들이 시원시원하고 가식 없고 맘에 들었다.

그분들도 그 숨 막히는 사무실에 혼자 있는 나를 안쓰럽게 여겨 말동무가 되어준다.


이곳에서 나는 공채로 들어온 행정직들과 어울려야 마땅하다.(계급조직 아니랄까봐 이것이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혼자 그 무리에 끼지 않는다. 답답이가 그 무리의 형식적인 우두머리다.(물론 당연히 인사담당자라는 것 때문에 생긴 형식적인 것)

..절대로 싫다..





**공직의 꽃..감사받는 날이 다가왔다.**


업무감사를 나온단다.

나는 한치의 부정이나 부패 없이 일하기 때문에, 아니 사실 감사를 받을 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기에

감사가 온다 해도 별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전날도 6시 땡 퇴근을 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쯤 불길한 전화 한 통이 온다.

답답이다.


여보세요. ?

-답답이: “아니 김희망 씨~! 지금 퇴근한 거예요?? ”

"네 자료 다 놓고 왔는데요."


답답이는 너무 어이가 없어 막히는 말문을 간신히 뚫고는 당장 다시 나오라고 한다.


"제가 감사받을 자료 다 정리해서 놓고 왔는데 왜 나가죠..저 지금 나갈 차도 없고 나가면 들어올 버스도 없는데요."

-답답이 : "하아...................................내일 새벽같이 나와서 해놓으세요..! "

"네 알겠어요. "


굉장히 큰 잘못을 한 듯이 다그치는 답답이와의 대화를 마치고 전화를 뚝 끊는다. (근데 멀 자꾸 하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더러워서 일단 새벽에 나가보기로 했다.)





-다음날 사무실-


나는 다시 한번 살펴보고 감사실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할 게 없다.

답답이가 역시나 일찍 출근했다...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답답이가 어찌어찌 쥐어짜서 한 말이. .

내 서류첩 자리가 약간 비뚤어졌단다.


! 두둥 두둥 두둥...!!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 새끼가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욕 없이 살던 내 인생에 욕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 답답이는 그냥 퇴근한 내가 너무너무 꼴 보기 싫어 무작정 전화부터 한 것이다. 도대체 퇴근하는 게 무슨 죄인데!!!!!

답답이 때문에 안 그래도 바늘구멍만 한 숨구멍마저 막혀서 죽어버릴 것만 같다.


업무감사는 답답이에겐 너무나 막중한 업무고 커다란 행사이고 윗사람들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되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혼자서 왔다 갔다를 수십 번 한다. 큰 탈없이 감사가 끝나고.

뒷정리 시간.


나는 컵 담당. 답답이는 필기구들 담당이다. 이걸 담당이라고 불리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그렇다.


답답이는 너무 당당하게 자기 연필들을 들고 나오며 연필 옆에 있던 컵을 치우라고 와서 잔소리한다. 웃음도 안 난다.

이건 5살 꼬마도 아니고 정말 상종하기 싫다.


6시 땡 퇴근은... 이유 없이 죄인이다.....

늘어지게 늘어지게 일하고 초근하는 모습을 보여야 일도 많아 보이고 예의도 있어 보이는데 , 근무시간에 후다닥 할 일 다 하고 땡 퇴근하는 나는 그냥 죄인이 되기로 한다...


부조리에 적응한 여우는 적응 못한 곰탱이가 이길 수가 없다..

이놈의 사회가 이상하다.. 먼가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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