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이와의 전쟁이 시작되다.

그놈이 답답한걸까, 내가 답답한걸까?

by 김파랑

이곳의 생활을 보자면...진짜 일이 1/3, 안해도 될 일이 1/3. 그리고 하면 안 될 일이 1/3 이다.

나는 진짜일만 한다.(철부지 시절 나의 판단일지도 몰라 다시 되돌이켜보아도 그러했다.)

그것도 아주 부지런히 빠른 속도로, 그래서 오전에 모든 근무가 끝난다.

우리 답답이는 진짜일만 하는내가 답답하고 화가나 죽을 것만 같다.

그렇게 오후를 의미없이 보내고 6시 땡 퇴근이라도 할라치면 답답이는 뉨뉨뉨들(국장님,과장님,실장님) 이 퇴근을 안했는데 어딜 가냐고 나무란다.

뉨뉨뉨들은 6시 땡하면 탁구를 치러 옥상으로 간다..


나는 6시 20분 버스를 타야한다.

그 버스를 놓치면 1시간 반 뒤 버스를 타야한다. 여기의 버스시간은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막차이다.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예전날 시골은 정말로 그러했다.)

그래서 가야한다. 그리고 5분도 더 있을 수가 없다. 숨이 막힌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지만 공직부패가 만연했던 그때 만해도) 국장님은 먼저 가시고 다른 직원이 국장님의 초근을 근근이 찍어주었다.


답답이는내가 서무이니 그 일을 해주길 바랐고 당연히 여겼다.

그런데 나는 초근따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짜 초근찍기는 하면 안.될.일의 대표주자였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나는 12년간 충실히 학교에서 배워온대로 부당한 일은 하지 않았다.


"사실 이거 국장님꺼 찍어주고 이런거 하면 안되자나요?!!!!"

이런 부정부패한 짓을 하느냐고, 이래도 되느냐고 들이박는다.


답답이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다 빨갛게 달아오른다.

윗사람들을 잘 챙겨야하는것을 제1의 덕목처럼 행동하는 답답이에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나는 이 조직에 갓 들어온 햇병아리였다.

뉨뉨뉨들 다음으로 나름 서열2위인 인사를 맡고 있는 답답이에게 나는 단단히 찍혔다.






애초에 안맞는 사람은 첫 만남부터 느낌이 오는것인가..

답답이와 나는 그랬던거 같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후 두 사람은 무언의 전쟁을 매일매일 사무실에서 치른다. 하필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점심시간에 딱히 할 게 없어 사무실에 있는다는 것...


왕따 둘....

한명은 자진해서 왕따이길, 한명은 사람들이 멀리하기에 왕따

그래서 둘이 있는 시간이 많다 .

~따르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관공서는 2번 이상 울리기 전에 받아야 하는 이상한 법칙이 있다.

본인의 전화가 아닌 전화가 울릴 땐 누가 당겨받느냐 경쟁을 펼친다.

나는 얄미운 답답이 녀석 때문인지 갑자기 승부욕이 발생한다.


'절대 내가 받지 않는다 .!!'

전화소리를 피해보려고 이어폰도 꽂고 갑자기 복사기로 가서 복사도 해본다.

지독한 답답이 녀석.. 뉨뉨들 있을땐 재깍재깍 1초만에 받으면서. 나와 단둘이가 되니 절대 안받는다.

뉨뉨들이랑 있을때랑 다른 사람이 되는 답답이가 정말로 꼴보기 싫다.


그래서 오기로 버텨보지만 승자는 답답이!!!!

이 요상한 게임에서 나와 같은 사람은 윗사람보다 조금은 억울할 수 있는 약자 생각을 더 많이 할 것이다.

아부에 대한 반댓시위로 그러는 것인지 원래 정의감이 있는지는 몰라도 일반적이라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더 정확히는 받지 않는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 그 심정을 잘 안다. 지금도 전화를 건 이 누군가가 너무 답답할 것 같아 결국 전화기를 든다.


이곳에 와서 나는 가식과 아부라는 주제의 뮤지컬을 매일매일 눈앞에서 보는 중이다. 이것은 말로만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답답이는 그 정도가 지나친 거 같다. 물론 윗사람들이고 어른들이니 예의를 갖추어 행동하는 것은 당연히 안다.

하지만 가식은 예절과 다르다.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답답이는 앞뒤가 너무 다르다. 뉨뉨들이랑 있는 모습과 소위 자기 아랫사람이라 불리는 직원과 있을때의 모습이 딱 지킬앤하이드이다.


원래부터 무뚝뚝했던 나는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가장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내심이 바닥나고 토가 쏠린다..

대학 다닐때까지만 해도 그런 사람을 피하거나 없는 곳으로 갈 수가 있어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었지만 사회로 나와 회사를 들어가니 너무나 좋지 않은 성격이 된다..

게다가 저런 사회적인 행동은 물들지도 않는다.. 뼛속까지 아부를 못하는 어찌보면 반사회적이고 이상한 성격이다.

가식따위 더더욱 못떤다. 답답이가 저러니 반작용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못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사회성 제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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