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계의 신데렐라 이야기.
그렇게 팀장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은 채 나의 수습기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수습기간의 종료라는 이유로 간단한 송별회가 잡혔다.
전체 회식은 모든 인사가 끝난 한 달 뒤였지만 조용하게 묵묵히 일한 나를 나름 이쁘게 봐주신 분들과 함께하는 회식자리였다.
물론 나의 등쌀여사님이 참석대상 1순위, 그렇다는 것은 그 여사님이 또 팀장님을 데리고 온다는 것이었다. 확실하게,,,
그날이 되었다.
여사님은 역시나 팀장님을 불렀고 팀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회식자리를 가려고 나온 팀장의 얼굴은 내가 예상한 어쩔 수 없이 나온 사람이 아닌 조금 과장해서 신난 어린애 같은 얼굴이었다.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정말 즐거운 회식자리였다.
등쌀 여사님의 팀장님 겨냥한 나의 칭찬릴레이에 이어 나의 근무종료를 아쉬워하는 나의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리고 그런 나의 이야기를 매우 귀담아듣는 듯한 팀장의 모습이었다.
술과 함께 시간은 지났고 가정이 있는 분들을 위해 이른 귀가를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분주하게 밖으로 나온 사람들 틈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나는 팀장 옆에 서게 되었다.
'가슴이 뛰었다.. 왜 이래?? 큰일 났다.. 정말로..'
팀장이 말했다.
"저희끼리 또 2차 갈까요?"
저번과 같은 질문이었다. 그때는 조금은 더 놀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흔쾌히 수락했지만 이번엔 내 마음이
달라졌으므로 조금 고민을 했다.
이제 곧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민은 접고 내 맘 가는 데로 하기로 했다.
"좋아요. “
이번에도 우리 동네 치킨집이었다. 그때 그 치킨집이 나름 편안하고 맘에 들었나 보다.
나는 이번엔 들떠있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나의 수습종료를 아쉬워하며 한잔 두 잔 비워가다 보니 생각
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었다.
얼큰해진 사람은 용기가 생기게 되어있다. 그런데... 왜 나는 용기가 안 생길까?
그리고 이 팀장은 너무나 다정하다. 그래서 즐겁고 이야기도 잘 통하고.. 분위기만 보면 영락없이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즐겁지만 그렇게 우리는 또 즐겁기만 한 2차를 하고 나 혼자 아쉬운 채 헤어지게 되었다.
그 이후 며칠 뒤 전체 회식이 돌아왔다.
국장님까지 참석하는 전체 회식이다. 모두들 분주하게 국장님과 과장님께 잔을 들이대느라 바쁘다..
나는 혼자서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 얘, 너도 얼른 가서 술 한잔 따라드려~ 나도 이런 건 싫지만 한잔은 해야지.. 넌 정말 너무 심하게 안 해!"
등쌀여사님이 곰탱이처럼 앉아있는 나에게 한마디 한다.
그래서 절대로 가기 싫었던 국장님 옆으로 슬쩍 갔다. 내가 수습이라는 것은 알고 계신다.
조용히 술을 따르는 동안 국장님이 옆에 있던 팀장을 의식하며 남자친구가 있는지를 물어본다.
없다는 말에 국장은 옆에 팀장을 꾹 찌르며 말한다.
"나이가?? 여기 이 팀장 어때?? 허허허허허"
국장님은 장난반 진담반으로 유일하게 젊은 남녀가 한 곳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농담을 해나갔다.
팀장의 동공이 커다래지는 걸 느꼈다.
'나도 놀랐어.. 머 그렇게 놀랄 것까지야..'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은 회식자리가 끝나가고 국장님이 빠진 채 과장님과 2차를 가야 했다.
2차에서도 과장님을 치켜세우기 위한 회식의 연속.. 근무의 연속 같은 회식 끝에 진짜 나의 회식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근무의 연장선인 회식이 드디어 끝나고 모두들 과장님께 굽신굽신 인사하며 헤어지는 중이었다.
"저희 3차 가요"
아무도 모르게 또 속삭이는 팀장이었다.
'쳇, 그래 가자가~! 내가 아주 그냥 술친구 같은 거였구먼!'
나를 이런 식으로 보던지 저런 식으로 보던지 막상 나도술한잔 더 하고 싶었고 그렇지만 같이 갈 사람은 없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3차를 함께 가기로 했다.
이번에 참치집이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참치와 소주 한잔에 꽁하던 내 마음까지 살살 녹는 것 같다.
이번엔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나의 수습기간 종료를 매우 아쉬워한다. 아까 국장님의 농담을 안주삼아 웃음까지 자아낸다. 국장님의 농담은 나에겐 진짜 농담이 아니었다.
즐겁고 아쉬운 술자리를 마치고 조금 멀지만 걸을 수 있는 우리 집으로 함께 걸어갔다. 언제나 나의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매너남이다.
이번엔 진짜 얼큰하게 취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달큰하고 뜨겁게 올라왔다. 3차까지는 나의 주량으로도 버텨내질 못하는 것 같다.
달아오르는 얼굴만큼 용기도 점점 끓어올라 결국 마음 깊숙이 담아놓은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근데 저희 무슨관계인거죠..?
사실 이 정도면 저의 기준에서는 거의 사귀는거나 마찬가지예요…
전 썸 같은 건 정말 싫기도 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지금 상황 상당히 불편하기도 하고.."
말끝을 흐리는 나에게 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오늘부터 1일 할까요??"
헉..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던 나의 마음이 펑하고 터지는 것 같았다.
술기운인지 먼지 도대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헉헉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대답도 못하고 앞만 보고 걸었다.
대답은 없었지만 나의 질문에서 이미 팀장은 나의 마음을 다 확인한 후였다.
슬며시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기였다.
설렘이란 이런 것이었지..
그렇게 달큰뜨끈하게 우리들의 1일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