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결국 진짜 삶의 목표를 찾아내다.
이제 나는 팀장님을 내 애인이다~! 하고 외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연애는 철저히 비밀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조직생활에서 사람들에게 무대 위 원숭이임을 자진해서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둘의 연애가 알려지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팀장님의 존재 자체가 이미 이 조직에서는 유명인이었고, 모든 유부녀들 포함 결혼 안 한 솔로들이 이 남자의 연애와 결혼에 엄청난 관심을 쏟아붓고 있었으므로..
비밀연애는 너무나 스릴 있고 즐거웠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그 연애이다. 유치한 007 작전이라도 펴듯이, 메신저로만 대화를 주고받으며 휴게 공간에서 우연히 마주친 척 얼굴 한번 보기도 한다.
사람들과 함께 일 땐 예전처럼 팀장과 직원사이의 대화 정도만 어색한 듯 해나갔다.
사람들은 사실 우리 둘이 연애를 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팀장이 나에게 관심을 둘 가능성을 아예 제로로 만들어버린 이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숨기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아마 둘이 손을 잡고 큰 소리로 외쳐도 조금 어리둥절해하며 이해조차 못 할 것이다.
상관없다. 기분은 좀 나쁘지만 내 인생에서 이렇게 두근거리고 재미난 연애는 처음이었다.
혼자 있다가도 배시시 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가고 또 갔다.
10년 만에 매일매일 얼굴에 미소를 띠고 살아가는 내가 되었다.
연애가 시작이 되고부터 딱 일주일 뒤 나의 수습기간은 종료되었고 나는 정식 공무원이 되어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때부터 우리들의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되었다.
메신저를 할 때도 사실은 그 이름을 볼까 봐 슬쩍슬쩍 눈치도 보았던지라, 팀장을 모르는 이곳에서는 자유를 느끼며 카톡과 메신저를 번갈아 주고받았다.
수습직원과 팀장의 연애는 벗어던지고 진정한 한 여자와 진정한 한 남자의 연애로 들어선 것이다.
마지막 연애의 배신이 안겨준 불신을 떠안고 산 나에게 이 연애의 불안함 따위는 없었다.
신기하게도 바랄 것이 없는 마음은 언제나 평온한 나를 유지시켜 주었다. 그 평온이 우리 둘의 관계를 평온
하게 유지시켜 주었던 거 같다.
이것이 전부이다.
백마 탄 왕자가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을 때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나의 노하우가 있었다면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것.. 물 흐르는대로 내비두고자 한 마음가짐이랄까? 아마도 이것이 전부이다.
내가 특출나게 꼬리를 흔들어댄것도 아니고 조건과 외모가 뛰어난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연애를 공식적으로 알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 이상의 이상이었다.
"말. 도. 안. 돼. 저 여시 같은 것!!!"
신데렐라 언니들의 그 비명소리를 내가 이곳에서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뒤에서 숨어 내 마음에 돌을 던지기도 했고 앞에서 바로 비수를 꽂기도 했다.
시기와 질투를 온몸으로 받으며
(사실 엄청난 외모 또는 재력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건만 급수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보내는 질투이다. )
가식적인 웃음을 아무것도 모른다는 웃음으로 되받아치는 것만이 돌던지는 이들을 향해 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청첩장이라는 나의 마지막 무기로 온갖 난무하는 시나리오를 종료시켜 주었다.
아니.. 종료는 되었을까??? 질투의 종료가 아니라 나를 종료시킨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상관없다.
나에게만큼은 정말로 백마 탄 왕자가 왔으니...
청춘은 해야할 것과 겪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 아마도 그 청춘을 종결시켜주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나의 고단하고 힘들었던 청춘도 결국은 결혼이 종식시켜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나의 진짜 목표였던 쇼핑몰은 결혼과 동시에 조금씩 더 멀어지는 중이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일이자 가장 어려운 일인 평범한 삶을 일궈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아마도 나의 청춘을 힘겹게 만들었던 것은 삶을 따뜻하고 윤택하게 채워주는 참된 목표가 결여된 채 허울만 보고 목표를 정한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퇴직으로 다시 쏘아버린 내 청춘은 나를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앉게 했었고 고단한 청춘을 보내게 했지만 결국은 그 퇴직으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도 나는 두 번의 퇴직을 더 강행하였다.
퇴직이라는 것은 할 때마다 무겁고 힘겨운 과정이다. 내 인생의 길을 완전히 다르게 바꾸는 길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두렵고 앞길이 보이지 않았던 나의 청춘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퇴직이라는 그 힘겨운 과정을 이겨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지금도 나는 나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채워줄 것을 찾아 퇴직하고 또 퇴직한다.
퇴직으로 쏘아올린 나의 청춘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슴 설레는 삶을 찾아가도록, 청춘처럼 살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언제나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우리 청춘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고 세상에 맞춰 살아갈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 내 삶이 곤욕이라고 느껴진다면
그리고 최선을 다해 지금의 자리에서 일을 해 보았다면
미련없이 그 자리를 퇴직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 가슴 설레는 삶을 살아가길 권해본다. 퇴직이라는 것이 내 인생을 종식시키지도 않고 참담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다른 길을 찾도록 조금 무서운 채찍이 될 뿐이다.
인생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그 채찍질을 달게 받는다면 아마도 퇴직이 쏘아올린 우리들의 청춘의 끝은 가슴설레는 삶을 펼쳐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