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할 일만 50가지
요즘 내 생활을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까지 할 일 지우기를 하다 끝이 난다.
꽃풍선 아니 꽃을 다루는 공방을 차리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는 나날들이 지속된다.
회사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땐 바쁘게 또 싱싱하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꿈꿨고 그때 상상하던 것이 현실이 되었는데.. 머랄까 어쩔 땐 무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나 싶은 생각이 온몸을 지배해 버리기도 한다.
'너무 지친 걸까? 아니면 성과가 나지 않아서?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았나?'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보면 자꾸만 부정의 늪에 빠지려고 한다.
그 생각이 늪이라고, 어서 빠져나와야 함을 깨달은 건 그 끝에 처음으로 회사가 조금 그립기도 하다. 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세상 무엇과 바꿔도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그 회사가 이렇게 문득문득 책상에 앉아 커피마실 여유가 있었던 곳으로 둔갑해 순간 그리워했던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나의 하루가 너무나 고단하다.
창업 또는 자영업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는 그 말을 우습게 받아들이고 시작한 꽃일인데 정말로 우습게 보다가 큰코다치는 중인가 보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
요즘은 미리 알려주는 사람도 많고 정보도 많고 강의도 많은 시대이지만 진짜 실상은 역시나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나도 플로리스트 과정부터 공방 차리기, 인터넷쇼핑몰 관련 모든 강의를 다 들었지만 뭉뚱그려 '힘들다'란 말만 했지 절대로 절대로 구체적인 것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 어떤 힘듦에도 나를 일으켜 세워줄 어떤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들 했다.
나의 부정의 늪에서 빠져나와 힘들어도 계속해서 나를 이 길을 갈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를 다녔다면 그 편안함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함께 생각했다.
1. 먼저 꽃길을 택한 나에게 생긴 것
-나는 열정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일을 만들어서 하기도 하고 찾아서 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할 일이 점점 산더미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욕심이 많아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장인정신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의 작품에 만족을 하지 못해 점점 할 일이 더 늘어났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고 싶었다. 나에게는 육아라는 큰 임무가 있다. 내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택한 것도 분명 가장 큰 이유가 우리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들 케어까지 다 잡아야 하는 나는 그것만으로도 할 일이 두 배를 넘어선다.
그럼에도 나를 계속 일으키는 건......
그건 아마도 '보람'이 아닐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직은 인기도 없는 초보작가이지만 하나씩 하나씩 생각했던 것들을 이뤄가고 한 명의 손님이라도 '정말 이쁘다.' '솜씨가 좋다.'라는 칭찬에 다시 한번 힘을 받아가며 뿌듯함을 만끽한다. 아마 이 '보람'이라는 녀석이 나를 계속해서 채찍질함이 분명하다.
2. 반면 내가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남는 것은?
-지금과 비교해 보자면 정말 여유롭다. 회사를 가기까지는 바쁘고 고되지만 도착한 순간부터는 그야말로 여유시작, 티타임도 가지고 점심밥도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다.
-주어진 일만 하고 퇴근하면 끝!! 집에서는 온전히 육아에만 집중하거나 집안일만 할 수 있다.
-정말 루틴이 확실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통장이 바닥나는 일만큼은 없다.
시소로 비유하자면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고 평행을 유지하는 딱 안정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끝에 나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나에게 남는 것은?
시소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한 번만이라도 조금 더 높이 하늘로 올라보고 싶은 나는 평행상태의 안정에서 좌절을 느끼고 말 것이다.
그리고 시소에서 내려오는 그날(퇴직), 나에게는 결국 한 번도 신나게 시소한번 타보지 못하고 밍탕맹탕으로 버려진 내 인생이라는 생각과 아주 조금의 퇴직금이 다이지 않을까? 아마 회사에서 돌아오면 육아하는데 시간을 다 보냈을 테고 아니면 더 남는 시간엔 회사업무를 더 했을 것이다. 굉장한 여유와 편안함, 안정감이 있지만 그 후에는 아마 더 고된 노후를 맞지 않을까 싶다.
물론 완전 지극히 특수한 나의 이야기이다.(매번 생각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맞는 사람이 있고 혼자 고독의 시간 속에 일하는 것이 맞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자기계발을 많이 하는 요즘, 많은 사람들은 남는 시간을 알차게 배우고 배워가며 노후를 탄탄히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나란 사람은 회사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는 집에 와서 어떤 배움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손가락 까닥할 힘도 없다며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아이들 밥 주는 일만 해도 대견하다 여길 것이다.
바로 그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 시들어가는 삶... 회사의 그 편안함이 주는 끝에 나의 모습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느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택한 길의 명분을 찾아가야만 한다. 내가 택한 길이 고되다고 느끼고 과거의 회사를 그리워하는 순간 나는 또다시 후회의 나날들을 보낼 것이고 그것은 또 한 번 나를 고통 속으로 집어넣게 될 것이다.
나만의 일, 공방을 차리고 혼자서 일을 하게 되면 걱정이란 하나도 없을 줄 알았다.
무엇이든 어떤 고됨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사람사이에서 하는 일들이 너무나 힘겨웠고 그래서 무작정 뛰어든 새로운 길, 이 새로운 수풀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너무나 벅찬 것은 사실이다.
진짜 일을 하지 않는다며 불평했던 내가, 진짜 일로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육체가 버텨내지 못한 어느 날
안정적인 삶이 싫고 조금은 불타오르는 삶이 좋다고 회사를 뛰쳐나와 열심히 달려온 어느 날,
내가 가는 길에 수풀더미가 가득해 눈앞이 깜깜한 그 어느 날
하루 중 2시간은 편안했던 그 시절이 참 그립기도 하다. 단지 그 2시간 때문에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했던 그곳을 그리워한다는 것이 참 우습고 혼자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자그마한 그리움을 물리치려 이렇게 두 가지 일을 비교해 보니 나란 사람에게는 이 수풀 우거진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들뿐이지만 퇴직을 언제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그 안정적인 곳에서 여유로운 커피 한잔이 소중하다면 퇴직은 잠시 보류해야 한다고 말이다.
진부한 말 그대로
'울타리 밖은 위험하다. 그 길을 굳건히 나갈 정신력이 부족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