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잘못되었던 선택의 순간으로 가다.

내 인생은 언제나 '응답하라'

by 김파랑

행복한 여름휴가를 가는 길이었다.

언제나 이 날을 기다려온다.

'독박육아'라는 현실은 나를 언제나 혼돈의 도가니 속에 집어넣고 내 세계를 마구 흔들어 놓는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만, 무한정으로 베풀 수만은 없는 엄마의 심정.. 엄마라는 한 나약한 인간..

그 혼돈의 도가니 속을 헤치고 나오면 딱 일주일, 여름휴가라는 해방을 맛을 볼 수 있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휴가지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 남편과 나는 해방의 길에도 정신력을 바짝 세워야 무사히 도착지에 도착하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이 쏟아진다.

언제 기절했는지도 모르게 기댄 지 10분이 지났을까?

남편이 다급하게 나를 깨운다.


"눈이 너무 감기는데, 큰일이다. 쉼터도 안 나오고 ,,"

나는 간신히 잠을 깨어본다.

새벽까지 회사에서 시달리고 또다시 운전까지 하는 남편을 모른 채 하고 편히 잘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간신히 다다른 휴게소에서 재빨리 잠을 깨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는다. 넘쳐날 것 같은 커피와 나를 깨워주는 플레이리스트

이 음악이 끝나기 전에, 아이들이 단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자! 출발이다.!!!


몇 곡의 노래가 흐른 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의 머릿속을 꿰뚫은 듯 다음 노래가 나온다.

~~ 나 혼자 남겨두고~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가지 않았음 했던 시간이 일 년지나고 또 일 년이 지나고.. 언 20년이 지났다.

깜깜한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20년을 되돌린다.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벌써 일 년),, 시끌벅적한 소리 ,, 차가운 볼,, 저려오는 손과 다리..

눈을 번쩍 떠보니 시끌벅적한 여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의 가운데 내가 앉아 있다.

회색 교복을 입고 음악을 듣고 볼을 책상에 붙이고는 곤히 잠들어 있던 나..


"여기는 2003년 나의 고등학교 교실 안이다.!"

헉.. 헉..

나는 되돌아왔다.

음악을 타고 ,, 내가 가장 되돌아가보고 싶었던 그때로 돌아왔다. 나는 고3이었고 브라운아이즈의 노래만 듣고 또 듣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서울의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나의 실력의 한계를 느꼈고 포기하다시피 나의 희망대학을 낮췄었다.

어떻게든 내가 벌어서 살아간다.!라는 의지는 금세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그 두려움이 그저 서울에 있는 아무 대학이나 갈 수는 없다라며 정신승리를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결국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국립대를 선택했었다.

아마도 나이 40이 다 되어갈 때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되돌이켜 보면 아마 서울로 가지 않았던 그 시절의 선택이 가장 크게 내 인생을 바꿔놓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그대로이다. 나의 모습도 그대로이다. 교실, 책상, 냄새, 유리창, 낡은 교복까지 모두 그대로.. 바로 그때로! 변한 건 없이 돌아왔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꿈꿔왔던 대학을 바꾸고 미래를 바꿔보는 것이다.

그런데, 나 역시 변하지 않았다. 돌아왔다고 해서 갑자기 수리영역이 술술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갑자기 꽉 막힌 내 귓구멍이 뚫리고 영어가 술술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성적은 아마 그대로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낮은 대학의 낮은 과를 선택해서 무조건 서울로 갈 것인지, 그래도 국립대라는 타이틀이라도 붙이고 싼 가격에 편안하게 집에서 다닐 것인지에 대한 선택만이 또 남아있다.


나는 다시 돌아왔는데 선택지를 보니 꼭 똑같은 선택을 할 것만 같다.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지금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돌아가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다.!!

서울의 대학을 선택한다.

모두가 또 나를 말리며 말하겠지 .. 좋지도 않은 대학에 괜히 등록금 내다가 등골이 빠지는 경험을 할 것이라고.

그렇게 두려움 가득해지는 말을 무시하고 굳이 생고생하러 서울로 가야 한다. 고생도 지금 해야한다.

무엇보다도,

아무도 모르는 그곳을 선택해야만 한다.

어쭙잖게 아는 친구가 같은 과가 되어 친구 사귈 생각도 안 했던 나의 대학생활을 반성하며 새로운 환경을 선택해 본다.

내가 바꿀 수 있었던 상황과

다시 돌아가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되짚어보고

신중히 신중히... 내 진짜 인생을 그려봐야 한다.

선택은 같았지만 그 선택 속에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인생은 아마도 금방 나를 2004년으로 데려다주는 음악과 함께하기로 한다.





첫 번째 굴속을 그렇게 빠져나왔다.

나의 머릿속엔 언제나 그때, 어린 시절의 내가 무사안일에 빠져 선택한 내 인생 첫 번째 선택이 그리도 후회가 되었나 보다.

브라운아이즈의 노래는 언제나 나를 선택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때 나는 좀 더 치열하고 좀 더 열심히 했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좀 더 인생을 값지게 만들어 줄 선택을 하거나..

내가 한 선택에서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거나..

그렇게 과거의 나를 완전히 각색해서 그려본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최선을 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선택의 다른 인생길이 언제나 궁금하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매일 나를 과거로 되돌아가 다른 인생을 살도록 그려준다.

내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그 가슴 뛰는 호기심..


그렇게 나는 한 편의 영화를 찍으며,

그리고 미소 머금은 얼굴로 여행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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