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은, 사람과 일해야 해요..
퇴사하면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혼자서 일하기였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아무도 지시하지 않고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완벽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내 의지대로 계획하고 일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철밥통이라는 그 안전한 밥통도 걷어차 부시고 나왔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혼자가 되었다.
온전히 고립되어 지냈고 심지어 훈수를 두는 친정식구도 멀리 하였다.
남편과 나의 두 딸들하고만 소통했고 나 홀로 인터넷으로 세상을 구경하다 들어오곤 했다.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땄지만 꽃풍선이라는 길로 흘러들어 간 것도 온전히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배우고, 혼자 연습하고, 혼자 끙끙거리다 해내고,
그렇게 홀로 하는 기쁨을 만끽하며 1년을 지냈다.
나에게는 인간에게서 받는 고통 외에는 어떤 힘듦도 견딜 수가 있었다. 정말로 그랬다. 그래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낮추고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좀 더 큰 일을 선택했다.
꽃일이라는 것이 엄청난 노동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그 육체적 노동 끝에 아름다움으로 탄생하는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꽃아티스트이기 전에 사장님 아니 사실 장사꾼이어야만 했다. 그 꽃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결국은 사람을 위한 꽃이고 사람에게 건네기 위한 꽃이어야만 했다.
모든 것이 결국은 사람에게 다가가야만 그 매듭을 지을 수가 있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산다는 것은 그냥 허상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싶다. 그저 조금 덜 나를 괴롭히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해도 해도 즐겁고 그래서 노력하지 않아도 꾸준히 계속해서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나는 목표가 있었다. 사람에게 지친 나와 같은 사람에게 홀로 일하는 기쁨을 전하는 것, 내가 먼저 그 길을 닦아 가보고 진심으로 이 길이 너무 좋다!라고 외쳐보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
그런데... 사실하다 보면 결국은 사람 없이는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상사보다 더 까다로운 고객의 요구를 담아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입을 다물고 정말로 묵묵히 도 닦는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면 사실 정말로 나처럼 사회부적응자가 있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아직은 치유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랬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산산조각이 났다.
왜냐하면... 나처럼 혼자서 일하세요. 행복해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사실 이것이 행복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정말로 혼자서 일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 년 간 나 홀로 일을 해나가다 어느 날 나는 말도 안 되는 수업현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그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그 모두를 하나하나 코치해줘야 하는 단체수업이라는 것이 혼자 일해온 나에게 다가오는 심적부담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잘 제어하고, 머릿속으로 수없이 많이 그 수업을 이끄는 나를 그려본 뒤 무사히 단체수업을 마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마무리를 하고 나오는 순간 나는 인생의 짜릿함을 맛보았다. 그 어떤 롤러코스터보다 더 짜릿한 기분이랄까... 무사히 못할 것 같았던 일을 마친 보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났고 사람사이의 온기 속에 다시 들어가 일을 했던 나 자신에 대한 짜릿함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고독을 즐기고 픈 인생의 길은 그날로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오랜 시간 그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기 위한 나의 편법으로 조직 내에서의 괴로움을 가져와 얼마나 현재의 이 고독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모르겠다며 나를 속여온 것이었다. 한 번의 경험이고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서 또 내 지식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그 과정.. 그 누군가를 만나는 그 시간은 정말로 행복했다.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고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기분을 느꼈다.
나 스스로를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찍어 놓고 나를 그렇게 쳐다보았을 뿐 실제 나는 그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한 아주 평범한 사회인이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저 혼자 있는 시간도 즐길 줄 아는 내면이 꽉 찬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속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그토록 즐거웠기도 한 게 아닐까?
결국은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렇게 일하는 삶이 진짜 삶이 아닌가란 깨달음이 문득 스쳐간다. 단지 조금 지친 나를 세상에서 건져와 아주 고립된 방안에 처박아 두고 치료하고 싶었던 그 시간들이 있었을 뿐..
사람은 그렇게 결국 사람과 일하고 부딪히고 살아야 맛이다. 그리고 조금 지쳤을 때, 아플 때, 그때만 홀로 치유할 시간을 주면 되는 것이지 이 세상 영원히 세상과 문 닫고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고립의 시간을 마치고 방문을 열고 나온 내가 직접 깨달은 바이다.
그러니 나는 슬슬 온기 속으로 걸어가 보려고 한다. 가끔 그 온기에 데어 또 차가운 방구석으로 오고 싶어질 수 있겠지만 어쨌건 나는 사람이고... 사람은 결국 사람과 함께 일해야만 한다. 그것이 진짜 사람다운 삶이 분명하다.
우리 그러지말고..
2024년엔 좀더 따뜻하게
살아볼까?